ADVERTISEMENT

‘시골의사’ 박경철 직격인터뷰 <7-②> 김문수 지사의 경기도 사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쓴소리도 못하는 나라가 어디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김문수 지사의 표정이 매섭다.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청와대를 겨냥해 연일 공격적인 언사를 잇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징계까지 거론하지만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의 냄새가 난다. 겉으로는 거침없이 쏘는 듯한 총알의 탄착점이 사실은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과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청와대와의 교감’ 내지는 최소한 묵인의 냄새가 짙다고 의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김 지사의 야망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진심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 인터뷰는 바로 그 점을 알아보기로 했다.

3. 경기도 사랑

Q: 탄핵 바람에 살아남은 후 경기도 지사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치적인 체급을 올리자는 생각이었나요?

저는 실천적 성향이 강하니까 행정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게 아닌 무리한 집착, 과도한 집착은 불안해집니다. 금도가 필요해요. 예전에 경기지사를 지내신 이인제·손학규 두 분이 다 금도를 지키지 못하고 욕심으로 탈당을 했어요. 결국 두 분 다 어려운 상황이 오지 않았습니까?

Q: 지사를 정치적 징검다리로 여긴 건 아니라는 말인가요?

처음에는 도지사는 무슨 골목대장 느낌이 들더라고요. 수행원이 줄줄 따라다니고, 전부 굽신굽신하고 말이죠. 아마 군이나 읍 단위로 가면 더 심할 겁니다. 지사가 되자 마자 촌냄새 난다, 다 치우라고 했죠. 의전을 없앤 거죠. 지사는 겨우 차관급인데 지역에서 대장을 하고 있으니까, 자기가 크다고 생각하기가 쉽죠. 손 전 지사도 경선 지지율이 고작 1, 2%밖에 안 나오는데 대통령이 된다고 탈당했죠. 촌에 있으니 본인은 대단하다고 여기는 거죠. 저는 그걸 잘 알아요. 지사가 대단한 거 아니에요.

Q: 그런 맥락에서 ‘공익적 가치 실현’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수도권 규제 완화’에 올인하는 것 같은 행보들은 경기도 입장에서는 몰라도, 국가의 입장에서 공익적 가치라고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아, 천만에요. 수도권 규제 철폐는 지방에도 좋은 일이에요.

Q: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방에 좋다고요? 그건 좀 동의하기 어려운 말인데요.

경기도민의 80~90%가 지방 사람입니다. 지방연합군이에요. 경기도가 안 되는데 지방이 잘될 수가 없어요. 지방은 지방대로 방안을 찾고, 경기도는 경기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서로 윈-윈 해야죠. 이를테면 새만금을 농지로 전용한다는데요. 제가 농림장관에게 농사지을 사람 있습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없다는 거예요. 그럼 그걸 중국에 대응하는 국가 산업기지 같은 걸 만들어야지 중국을 이길 거 아닙니까. 경기도 규제 풀려보세요. 담벼락 효과가 사라져요. 인접한 천안·당진·아산에 발전 기회가 열리는 거죠.

Q: 그럼 김 지사께서 경기지사가 아닌 충남지사라 해도 이런 발언에 동의하시겠어요?

나는 내 역할을 다하는 겁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궁극적으로 국가의 이익이 되는 공익 아닙니까? 내가 충남지사라면 경기도의 규제 완화를 달콤하게 생각하겠어요. 아니면 최소한 경기도를 묶으라고는 안 할 겁니다.

Q: 대선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하셨는데 요즘 행보는 ‘실망이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대통령 당선에 경기도의 지지가 큰 힘이 됐어요. 이 대통령이 수도 이전에 반대한 유일한 단체장이었고요. 심지어 손 전 지사까지 찬성했었잖아요. 나는 그때부터 하나가 돼서 밀었어요. BBK 때 측근들도 혼비백산하는데 나는 일관되게 지지했지요. 그런데 촛불 이후 청와대에 아첨 논리가 슬금슬금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선 지방, 후 수도권’으로 반전돼버렸어요. 주된 공약이 무엇이었습니까? 규제 철폐, 비즈니스 프렌들리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김 지사는 대선 후 ‘지자체장 출신 이명박 후보 당선으로 경기도는 획기적 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나와 생각이 일치한다. 수도권 규제 개혁에 공감하고 있다’ ‘새 정부 남북관계는 역사 퇴행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대운하 핵심은 한강 하구, 임진강 하구, DMZ다’라며 큰 기대감을 표명했다.)

Q: 그래도 연일 포문을 여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정말 내가 정치적인 체급을 불리려고 그런 거라면 지방 사람들이 ‘김문수 죽여라’ 그럴 거고 인기가 떨어질 일인데 내가 왜 그러겠어요? 아마 지금 청와대에서는 ‘각하, 경기지사가 막말을 하는데 꿀밤을 좀 줘야 안 되겠습니까?’ 이러고 있을 겁니다. 그게 권력의 생리예요. 사실 나도 부담스럽죠.

Q: 그런데 그게 부담스럽다면서 왜 계속하십니까?

아, 촛불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나도 대통령에게 촛불 이상으로 영향을 미쳐서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죠. MB의 성공은 자신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 쓴소리를 하는 거고, 결과적으로는 보약이 될 거라 생각하고 하는 겁니다. 다만 약이 매우 써서 얼굴을 찡그리겠지만 그래도 먹어야죠. 보약인데.

Q: 시중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도 있거든요. 청와대가 나서기 어려우니 김 지사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빌미로 자꾸 때려서 명분을 만들고 결국 윈-윈 한다. 뭐 이런 거요.

허허, 이 대통령은 알고 보니 실용이 강한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강해요. 촛불이 확 타오르면 잠시 비를 피하듯 숨었다가, 비가 그치면 가자, 이런 거 같은데… 놔두면 나아진다는 것은 계속 끌려가겠다는 생각이에요. ‘안 된다’ 하고 한번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고, 그걸 고수해 나갈 때 바로 대처나 레이건, 고이즈미 같은 성공한 지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겁니다.

Q: 그럼 현재 청와대가 포퓰리즘적이다 이렇게 본다는 뜻입니까?

예, 전형적인 ‘포퓰리즘’입니다. 눈치 보는 포퓰리즘, 인기영합 포퓰리즘은 공산주의보다 위험해요. 늪 속에 빠져 좌도 우도 아닌 아래로만 죽죽 가라앉아요. 남미같이 되는 거죠. 지금 청와대가 눈치를 너무 봐서 메시지가 잘못 나갔어요. 공기업 개혁도 마찬가집니다. 전부 공약대로 해야죠. 경제 우선이라고 했으면 그래야죠. 지금 보세요. 상반기 투자 실적이 28년 만에 최악 아닙니까.

Q: 그럼 촛불시위를 강경진압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러고 보면 대통령에게 그걸 제대로 못 막을 거면 경찰권을 지자체에 넘기라고 했던데요.

내가 경찰 밥, 법무부 밥 많이 먹은 사람입니다. 옛날에는 데모하면 5분 내에 잡혀갔어요. 그런데 민주국가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을 두고 취임 두 달도 안 돼서 ‘MB 아웃’이라니요? 미국산 쇠고기 먹고 설사한 사람 하나라도 있어요? 이런 건 동서고금에 없는 일입니다. 쇠고기도 그래요. 중국산 개고기가 위험하지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해요? 이건 명백한 반미운동이었어요. 그런데도 대통령이 뒷산에서 ‘아침이슬’ 듣고 사과문 발표하고, 이건 대통령이 유연한 게 아니라, 아예 나약한 리더십입니다.

Q: 그 말을 들으니 지금 미군기지 문제도 그렇고 과거 운동가 시절과는 달리 대단히 친미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중국이 급속 성장하더니 이어도도 자기 거라고 우기죠, 백두산 영토 분쟁도 일으키려 하죠.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거라고 우기죠. 러시아 쑥쑥 크죠. 그런데 우리는 분단되어 있죠. 이 상황에서 그래도 미국이 우리 편이잖아요. 외교적으로 국방, 경제, 역사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왜 그걸 발로 차서 제 발톱이 빠집니까?

Q: 다시 도정으로 돌아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5개 소방서 신설, 대중교통 통합요금제, 광교신도시 명품도시 건설, 팔당호 주변 공장 유치, 수도권 제2 순환도로 건설, 1시간 경기교통권, 중국에서 5+5 경제공동체 건설 주장 등 현란한 정책 구상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 이게 실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이미 많이 이루었고 앞으로 남은 기간에 계속 이루도록 할 생각입니다,

Q: 임기를 마치면 어떤 지사였다고 평가받고 싶으십니까?

대한민국을 생각하면서 경기도를 온몸으로 뜨겁게 남김없이 사랑했던 남자로 불리고 싶습니다.

(김 지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도정에 있어서는 열정 그 자체였다. 경기도 얘기가 나오면 격정적인 몸짓으로 각종 수치들을 줄줄 대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인터뷰 전에 보좌관에게 도청 직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소문을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오히려 왜 공무원들이 꿈을 꾸지 않는지, 더 현장에서 뛰지 않는지 오히려 그것이 불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박경철 (donodonsu@naver.com),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관련기사]

▶ [박경철의 직격인터뷰 : 김문수 ①] "박정희 시대에 분배가 가장 잘 이루어졌다"

▶ [박경철의 직격인터뷰 : 김문수 ②] "靑선 '각하, 막말지사에 꿀밤 좀…' 했을것"

▶ [박경철의 직격인터뷰 : 김문수 ③] "박근혜, 리더라고 할 수 없다…지금은?"

[J-HOT]

▶ "노인정 친구분과 여행갔다 그날 밤 관계"

▶ "황장엽 소개해달란 자리서 소주 5병 마셔"

▶ 도쿄외국어대 日교수 "한글은 지(知)의 집대성"

▶ 애견 죽이고 사람들 집밖으로 쫓아낸 '대형 거미'

▶ 로스쿨 탈락 지방大,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참는건…

▶ 박태환, 명동 옷가게서 400만원 현금 계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