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달리기] 7. 편안한 신발 가뿐한 달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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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선수 출신 국내 마스터스 마라톤 최고기록(2시간27분59초) 보유자인 이지원(34)씨(右)가 이종룡 팀장에게 네가지 종류의 러닝화와 선택요령을 듣고 있다. 삼성SDI 직원인 이씨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임춘애 선수의 역주 모습을 보고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 2000년부터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장소 협찬=압구정동 나이키 컨셉트숍], [성호준 기자]

달리기의 가장 중요한 장비는 당연히 신발입니다. 발 어딘가가 불편한 러닝화는 특히 오래달리기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됩니다. 신발을 대충 고르지 마세요. 이번 회는 13년간 러닝화를 디자인하고 연구한 이종룡 나이키 신발팀장이 제시하는 신발 선택 요령입니다. 이팀장은 자신의 즐거움, 그리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듣기 위해 올 들어서만 네번이나 단축마라톤(10㎞)을 뛰었습니다.

최근 신발 광고가 좀 복잡해졌지만 신발 선택 기준은 간단합니다. 쿠션이 좋고, 안정적이고, 가볍고, 편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신발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네가지 기준 중 어떤 것이 자기의 신체 특성이나 훈련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지를 따져보고 골라야 합니다.

쿠셔닝을 강조한 신발은 가장 일반적입니다. 몸무게의 세배에 해당하는 달리기 충격 흡수에 포인트를 둔 신발입니다. 과체중이거나 무릎 관절이 약한 분에게는 특히 쿠션이 중요합니다. 발의 아치가 높은 러너(평발의 반대 형태)도 발이 뻣뻣하기 때문에 쿠션이 좋아야 합니다. 열심히, 많이 달리는 러너도 훈련 때는 쿠셔닝화로 몸을 보호해야 대회에 나가 잘 뛸 수 있습니다.

매장에 가보면 신발 옆부분과 뒤꿈치를 단단한 특수 소재로 만든 제품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발의 안정성을 강조해 자주 발을 접지르는 사람들의 불안정한 발을 잡아주는 신발입니다. 평발인 사람도 뛸 때 발이 안쪽으로 지나치게 휘고, 근육과 뼈가 너무 많이 움직이므로 이런 신발을 신어 부상을 방지하는 게 좋습니다.

◇가벼운 건 프로용=가벼운 신발은 대회 참가용입니다. 그것도 아주 좋은 기록을 노리는 러너에게 필요하지요. 무게를 최대한 줄여 빨리 달리는 데 집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가벼울수록 충격 흡수나 부상 방지 안전장치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초보 달림이는 대회에 나가더라도 쿠셔닝화나 안정화를 신고 뛰는 게 좋습니다.

볼이 넓거나 발등이 높은 사람들은 폭을 맞추려고 큰 신발을 신는 경우가 있지요. 편안하지 못한 신발입니다. 신발 속에 공간이 남아돌면 발이 이리저리 밀려 발톱이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긴장해 발목 등을 다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길이와 너비를 다양하게 한 '어드밴스트 핏'이나 '와이드 핏' 제품들을 이용하세요.

◇양쪽 다 신어보자=신발은 반드시 직접 신어보고 택해야 합니다. 러닝 양말을 신고, 끈을 평소처럼 조이고, 발의 폭은 어떤지, 발가락은 자유로운지, 발등을 너무 조이지는 않는지 꼼꼼히 체크하세요. 귀찮아도 양발 모두 신어봐야 합니다. 두 발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좀더 큰 쪽의 발에 맞춰 선택하면 됩니다. 또 달리다 보면 발이 조금 부으니 발 사이즈가 가장 커지는 오후 늦게 신발을 사십시오.

러닝화는 구기와 같은 다른 운동을 할 때는 신지 않도록 하세요.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600~800㎞ 정도를 달리면 신발의 쿠션 기능이 떨어지므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이종룡 나이키 신발팀장
사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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