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바람 타고 가을 정국 ‘반전’ 노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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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04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6개월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강부자 내각 파동에 쇠고기 촛불시위까지 악재가 쉴 새 없이 터지면서 제대로 된 정책 한번 펴 보지 못한 채 휘청거렸다. 그랬던 이명박 정부가 8·15를 계기로 진열을 새롭게 정비하고 다시 한번 강하게 정국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올림픽 바람을 타고 가을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쥔다는 전략이다.

출범 6개월 맞은 이명박 정부

당장 21일 부동산 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세제개편안,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 2단계 대학 자율화 방안 등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추석 민심을 회복한 뒤 100대 프로젝트 제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 추진 등으로 연말까지 정국을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달라진 MB 리더십
최근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에선 진통이 적지 않았다. 몇몇 수석들이 막판까지 강하게 반대했다. 각종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인들에게 면죄부를 줄 경우 비난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였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기업인들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참모들을 설득했다. 정권 초와는 확 달라진 청와대의 한 단면이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대통령에게 수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할 만큼 언로가 트여 있다”고 소개했다.

8·21 부동산 대책 발표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의 달라진 리더십이 확연히 드러난다. 현 정부 들어 신도시 건설 논의는 일종의 ‘금기’였다. 건설 전문가인 대통령이 “신도시 건설보다는 도심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도심 활성화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돼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실무자들의 보고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교수 일색이었던 1기 청와대와는 달리 정치인과 관료들이 많이 포진한 것도 청와대 변화의 큰 이유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도, 박태환 선수의 우승에 두 손 들어 환호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되는 식의 체계적인 이미지 홍보도 1기 청와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비서실 ‘선장’인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비서실을 장악하려 했던 전임자와는 달리 개성 강한 수석들 사이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책 드라이브로 지지율 회복
한때 10%대까지 떨어졌던 정권 지지율이 최근 30%를 돌파하자 청와대는 크게 고무돼 있다. ‘지지율 상승이 베이징 올림픽에 따른 착시현상이 아니냐’는 지적에 맹형규 정무수석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한·미 관계 공고화, 독도와 금강산 사태에 대한 일관된 대응 등이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뜻에서 대통령께 지지율 변화는 일절 보고드리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수시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박병원 경제수석 등을 불러 현안을 챙기고 있다. 추석 직전인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민심을 회복하려는 전략도 박형준 기획관을 중심으로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질 만큼 투자 심리는 바닥이고 당국의 연이은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세제개편, 공공기관 통폐합 등이 야당과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닥쳐 표류할 경우 리더십에 다시 한번 생채기를 낼 가능성도 있다.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불교계의 움직임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북, 한·일관계도 간단치 않은 과제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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