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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새음반 작사부터 연주.보컬 혼자서 다 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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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록밴드 넥스트의 리더 신해철이 새 음반을 냈다.앨범 제목은 그가 음악을 맡은 영화와 같이 『정글 스토리』라고 붙였지만 내용면에서는 영화 사운드 트랙이라기보다 신해철의 솔로 앨범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이다.넥스트를 결성하기 전 인 91년의 솔로2집 『마이셀프』 이후 5년만의 솔로음반이 되는 셈이다. 모두 9곡을 수록한 이번 음반은 그가 데뷔 이후 일관되게 천착해온 컴퓨터(테크노)음악과 록음악이 두가지 축을 이루고 있다.굳이 따지자면 넥스트의 곡들에 비해 테크노적인 성격이 더 짙다.제작 도중 쓰러져 링거 주사 신세를 지면서도 녹음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신해철의 장인 기질과 작사.작곡.편곡.연주.보컬을 혼자 감당해내는 역량이 전편에 흐르는 수작이다.
교향시적인 구성을 채택한 『절망에 관하여』에는 신해철의 음악세계가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딥 퍼플의 건반주자 존 로드를 연상케 하는 장중한 키보드 전주에 이어지는 신해철의노래에는 다소 음산한 분위기가 감돈다.합창단 반 주와 김세황의기타연주를 배경으로 신해철의 노래가 절규하는 창법으로 바뀌면서곡은 반전을 거듭한다.
「한발의 총성」과 함께 막을 내린 7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풍의 『70년대에 바침』은 신해철의 재기가 번뜩이는 노래다.「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가위를 든 경찰들/하늘이 그리도 어두웠기에 더 절실했던 낭만」.신해철은 유년시절을 보낸 70년대의 풍경을 그렇게 묘사했다.
이 노래에는 또 구속수감돼 재판이 진행중인 전두환 전대통령의육성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곡 마지막 부분에 80년초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에서 『새역사 새시대 새정치를 개척해 나가자는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는 대통령후 보 수락연설이1분가량 삽입돼 있다.첫머리에는 70년대의 종말을 고한 당시 김성진 문공부장관의 박정희 대통령 사망발표도 삽입됐다.
『내 마음은 황무지』는 원래 78년 그룹 산울림의 세번째 음반 타이틀 곡으로 수록됐던 노래.김창훈의 샤우트 창법이 인상적이었던 원작을 신해철은 갖가지 컴퓨터 효과를 넣어 약간은 기괴스런 분위기로 새롭게 해석했다.92년 변진섭과의 공동음반에 들어있는 『커피한잔』(신중현 작곡)에 이어 오랜만에 시도한 리메이크 곡이다.
『백수가』(白手歌)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젊은이의 자의식을표현한 가사를 얼터너티브풍의 연주에 담았다.
『아주 가끔은』은 두명의 여성 랩과 신해철의 독특한 저음 랩이 조화를 이루는 록 댄스곡으로 지난해 삐삐밴드가 선보였던 가벼운 펑크라 해도 무방하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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