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상존(尙存) / 상존(常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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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한자어로 된 단어의 의미를 문맥에서 유추해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단어의 한자를 알지 못하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다음과 같은 예문이 있다고 하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엔 불공정 거래, 기업 투명성,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 문장에서 ‘상존’은 무슨 뜻일까. 사전에서 ‘상존’을 찾아보면 두 가지가 나온다. 상존(尙存)과 상존(常存). 尙存은 아직 그대로 존재한다는 뜻이고, 常存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의미다.

물론 예문의 ‘상존’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 수는 있다. 이런 문제들이 주식시장에 늘 존재한다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뜻이 금방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한참 생각해야 한다.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선 단어 뒤에 한자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이 땅에 상존(尙存)하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교통사고의 가능성은 모두에게 상존(常存)하기 때문에 운전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처럼 말이다.

제일 좋은 건 모두가 알기 쉽게 ‘尙存하다’는 ‘아직도 존재하다’로, ‘常存하다’는 ‘언제나[늘] 존재하다’로 표현하는 것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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