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마이클 존슨의 대기록 12년 만에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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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남자 200m에서 19초30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관중석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모두가 숨을 죽였다.

탕. 출발 총성이 터지자 8명의 주자가 튕겨 나갔다. 5번 레인의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는 다섯째였다. 놀라운 가속력의 볼트에게 스타트가 늦은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곡선 주로를 빠져 나오기도 전에 볼트가 맨 앞에 섰다. 경기 전 “이번에는 조깅하듯 달리지 않겠다”던 약속대로였다. 어차피 금메달은 볼트의 것이었다. 직선주로를 접어들자 관심은 마이클 존슨(미국)의 12년 묵은 이 종목 세계기록(19초32) 경신 여부에 모아졌다. 2위권과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졌다. 피시니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전광판에는 19초31이 찍혔다. 그리고 이내 공식기록은 0.01초 더 줄어든 19초30으로 발표됐다. 존슨의 기록을 0.02초 단축한 세계신기록이었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기록”이라고 육상 전문가들이 장담했던 존슨의 기록이다. 남자 100m에 이어 200m까지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볼트는 베이징 올림픽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볼트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칼 루이스(미국) 이후 24년간 명맥이 끊어졌던 올림픽 ‘스프린트 더블(단거리 2관왕)’을 달성했다. 볼트의 ‘스프린트 더블’은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스프린트 트레블(단거리 3관왕)’ 주인공 타이슨 게이(미국)가 자국 대표선발전 도중 허벅지 부상으로 200m 출전권을 따지 못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2004년 아테네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스프린트 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모두 8명. 그중 6명은 100m에서 10초 벽이 깨지기 전에 나왔고, 68년 짐 하인스(미국)가 9초9를 기록한 이후로는 72년 뮌헨 대회의 발레리 보르조프(옛 소련)와 칼 루이스뿐이다.

많은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지만 이처럼 ‘스프린트 더블’이 드문 것은 100m와 200m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스타트가 승부를 가르는 100m는 순발력이, 스퍼트 유지가 중요한 200m는 스피드 지구력이 다른 능력보다 중요하다. 스프린트 더블을 하려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볼트를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지난 5월의 100m 세계기록(당시 9초72) 수립이지만 그의 주 종목은 200m다. 15세였던 2002년 자국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200m에서 20초61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2년 뒤에는 19초93을 기록, 주니어 선수로는 사상 처음 20초의 벽을 깼다. 그가 우상으로 꼽는 존슨도 주니어 때는 19초대를 뛰어보지 못했다. 이제 세계는 그의 신기록 행진이 어디까지일지 지켜보는 즐거움을 갖게 됐다. 볼트는 이번 대회 개막 직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로 존슨이 현 세계기록을 세운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200m 결승경기를 꼽았다. 12년 전 10세의 나이로 TV를 통해 존슨의 질주를 지켜봤던 소년은 이날 베이징에서 존슨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상’의 기록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승 직후 자메이카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도는 순간 경기장 스피커에서 축하곡이 흘러나왔다. 21일은 볼트의 22번째 생일이다. 생일 전야 세계인의 축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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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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