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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란 “21개월 딸에 금메달 걸어줄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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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성옥이 19일 중국전에서 점프슛을 하고 있다. 한국은 21일 노르웨이와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공격과 수비가 엉키는 골대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전 선수 평균 나이 30세가 넘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젊고 키 큰 중국을 맞아 육탄전을 벌였다. 지면 탈락하는 8강 토너먼트에서 승부를 결정 지은 것은 한국 ‘아줌마’들의 노련미였다.

한국은 19일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8강전에서 중국을 31-23으로 꺾었다. 한국은 21일 노르웨이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됐던 중국은 열광적인 홈팬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한국이 줄곧 앞서 나갔지만 후반전 9분쯤 중국은 왕샤샤의 골로 18-16까지 따라붙었다. 게다가 한국은 다음 공격에서 안정화의 슛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면서 위기에 몰리는 듯했다. 하지만 볼을 다시 잡아챈 베테랑 오성옥(36·히포방크)이 기어이 슛을 성공시켰고, 19-16으로 달아나면서 한숨을 돌렸다. 위기에서 벗어난 한국은 이날 총 14점을 합작한 박정희(33)와 문필희(26·이상 벽산건설)의 활약을 앞세워 23-16, 7점 차로 달아났다.

골키퍼 오영란(36·벽산건설)은 중국이 던진 39개의 슛 가운데 19개를 막아냈다. 고비 때마다 눈부신 수비로 분위기를 살렸다. 오영란은 경기를 마친 뒤 “21개월 된 딸 서희가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엄마랑 전화 통화도 싫어하더라. 눈물이 핑 돌 만큼 섭섭했다. 금메달을 선물로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또 다른 주인공은 양 팀의 사령탑이었다. 중국팀을 이끈 강재원(44) 감독과 한국의 임영철(48) 감독.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 감독은 89년 스위스 핸드볼리그 그라스호퍼에 진출한 이후 ‘핸드볼의 마라도나’로 불리던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는 이후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2005년 일본 다이도스틸 감독으로서 팀의 무패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 4월부터 중국 여자대표팀을 맡았다.

강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조별 리그부터 경기마다 목이 쉬도록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는 한국전에서 패한 뒤 “45분간 잘하고 후반에 무너졌다. 기량 차이였다. 한국이 꼭 금메달을 따기 바란다”고 말했다.

‘열혈 지도자’ 강 감독과 달리 임영철 감독은 ‘독사’라는 별명답게 냉철했다. 이미 코트 안에 감독이나 다름없는 베테랑이 몇 명씩 있는 한국은 중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두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당시 강 감독은 대표팀 주전이었고 임 감독은 코치였다. “어떻게든 8강에서 만날 것 같더라”며 웃었던 강 감독의 말대로 한국과 중국은 얄궂게 만났고, 한 수 위의 한국이 중국을 제압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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