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육상경기가 시작되고 나흘 만에 미국은 육상 첫 금메달을 구경했다. 그것도 전통적 강세를 보인 트랙이 아닌 필드에서다.
육상 최강국 미국이 신음 중이다. 미국은 1896년 아테네부터 2004년 아테네까지 육상에서 나온 836개의 금메달 중 36%인 304개를 쓸어갔다. 종합순위에서도 단골 1위지만 육상만 따로 떼 순위를 매겨도 세 대회(1972, 76, 80년)를 빼곤 늘 1위다. 세 차례 중 80년 모스크바는 정치적 이유로 불참했던 때다.
단거리는 미국 육상의 부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84년 LA 올림픽 이후 남녀 단거리(100, 200m)에서 나온 24개의 금메달 중 17개를 가져갔다. 도핑으로 박탈된 매리언 존스(2개)까지 합치면 19개다. ‘스프린트 강국’ 자메이카조차 미국의 벽에 막혀 2004년 아테네 여자 200m에서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이 첫 금메달을 땄을 정도다.
그런 미국이 이번 베이징 단거리에서는 ‘노 골드메달’에 그칠 전망이다. 남녀 100m 금메달을 모두 자메이카(남 우사인 볼트, 여 셸리-앤 프레이저)에 내준 미국은 200m 전망도 어둡다. 올 시즌 이 종목 최강자인 볼트와 캠벨-브라운의 우승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중·장거리도 실망스러웠다. 수단 난민 출신으로 미국선수단 기수를 맡았던 로페즈 로몽과 케냐에서 귀화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버나드 러갓은 1500m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18일까지 끝난 7개의 트랙 종목에서 미국은 앤절로 테일러가 남자 400m허들에서 따낸 금메달이 유일하다.
앞으로 미국이 육상에서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남자 400m와 남녀 1600m계주, 남자 투포환 정도다. 남녀 400m 계주도 자메이카가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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