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흉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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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주 프랑스 일부 지방에서 포도 수확이 시작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 세계 포도주 애호가와 와인 판매상의 관심이 프랑스에 쏠린다. 그해 프랑스산 포도의 수확량과 품질이 세계 와인 시세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2007년산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2008년산에 대한 기대는 더 컸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더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일간지 레제코는 “일년 내내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프랑스의 포도 수확이 2000년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2008년산 와인 생산량이 46억L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생산량이 60억L에 달했던 2000년, 2004년에 비해 크게 적은 양이다.

우선 겨울이 너무 따뜻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프랑스의 겨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위가 실종됐다. 북쪽에 위치한 파리만 해도 1월에 섭씨 10도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포도밭이 밀집한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은 훨씬 더 따뜻했다. 포도나무는 추운 겨울에 쉴 수 있다. 그러나 겨울다운 겨울이 없었기 때문에 나무들이 생장활동을 계속하는 바람에 충분히 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작 봄은 쌀쌀했다. 특히 꽃을 피우는 4월에 전국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서리가 내리고 우박이 쏟아지는 날이 잦았던 게 좋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여름 역시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 포도 수확에 가장 중요한 7월은 포도나무를 소독하는 달이다. 덥고 건조해야 병충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7월에 비가 많았다. 때문에 병충해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북서부 루아르 지방의 피해가 가장 크다. 루아르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소뮈르와 상세르가 위치한 곳으로, 특히 화이트와 로제 와인의 생산량이 많은 편이다. 비가 잦았던 이 지역의 포도주 생산량은 평년보다 26%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코냑 지방도 21%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2년째 수확량이 적어 울상인 와인 판매상들은 랑그독-루시옹 지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페인에 인접한 프랑스 최남단 랑그독-루시옹 지방은 일년 내내 가물었기 때문에 수확량도 많고 품질도 예년에 비해 훨씬 좋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난해의 경우 프랑스 등 유럽의 전반적인 작황 부진이 세계적인 와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제와인협회(OIV)는 세계적으로 2007년산은 263억L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6년산에 비해 8.2% 줄어든 양이다. OIV는 이유를 와인 생산량 1, 2위를 다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생산량이 감소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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