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 여성단체 이상희 할머니 석방운동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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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여성의전화(회장 申蕙秀)등 전국 1백여 여성단체들이 딸을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사위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상희(李相姬.72)할머니에 대한 대대적인 구명운동과 함께 가정폭력 추방을위한 법제정에 발벗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국내 96개 여성단체의 통합기구인 「한국여성NGO(민간단체)위원회」(공동대표 이연숙.지은희.손봉숙)는 7일 긴급모임을 갖고 『李할머니는 살인이라는 최악의 방법을선택할 만큼 가정폭력이 극에 달한 우리 현실의 희생자』라는 데의견을 같이하고 적극적인 「李할머니 석방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연숙(李연淑)회장은 『李할머니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정상참작과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제출.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차적으로 20일 李할머니 석방과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위한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申혜수 회장은 『보건복지부 가 92년 조사한 결과 전국 기혼여성의 61%가 남편에게 매를 맞은 적이 있으며 이중 15%는이번 사건에서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흉기로 위협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여성의 전화는 이와 함께 오는 6월말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6대 도시에서「폭력없는 가정,폭력없는 사회만들기 시민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성단체들이 이같이 동시에 구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정미숙(丁美淑.42)씨의 남편인 吳원종(50.무직)씨의 폭력이 살인을 부를 만큼 잔인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과18범인 吳씨가 李할머니의 딸 丁씨를 처음 만난것은 5년전.그는 제주도에서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丁씨를 강제로 추행한 후 남편행세를 하며 매일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둘렀다.
94년 12월,丁씨는 짐승같은 吳씨의 폭력에 견디다못해 서울의 친정으로 도피했다.그러나 吳씨는 친정까지 쫓아와 丁씨를 때렸다.사건당일은 만취상태에서 흉기를 휘두르며『죽이겠다』고 위협했고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딸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순간적으로 吳씨의 가슴을 찔렀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한편 지난 93년 이순심(李順心)씨 사건과 95년 김명희(金明姬)씨 사건 등 가정폭력 사건의 주심변호를 맡았던 김칠준(金七俊)변호사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정폭력을 방치해 온 국가권력이 李씨에게 벌을 줄 자격이 과연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도망을 쳐도 소용없고 경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상황에서 李할머니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살인밖에 없었다는 점과 우발적으로 범행한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조속히 李할머니를 석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검찰관계자도 李할머니가 딸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우발적으로 단 한차례 가슴부위를 찌른 점 등을 참작,살인혐의가 아닌 상해치사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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