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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그림엽서 수집-공무원 황용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20년간 79개국의 그림엽서 1천5백여장을 모은 황용희(黃龍熙.40.법무부 교정직)씨.덕분에 비록 한번도 외국여행을 한 적이 없지만 현지에서 살다온 사람도 기가 팍 죽을 정도로 해박하다.우물안에서 천리안으로 세상 바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바로 이게 취미의 본질이라는 나름의 「취미론」도 개진한다.
『필리핀의 보라카이 관광지나 유럽 관광객이 엄청 몰려오는 카나리아 섬 해변 가운데 한 곳의 특징을 얘기하면 다녀온 사람은물론 살다온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요.정작 제가 제주도 바깥에는 나가보지도 못했다고 하면 한번 더 놀라고요 .』 전남 흑산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여태 시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그에게 그림엽서 수집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망망대해 건너편에 대한 달래지지 않는호기심을 간접적으로 채워주기 때문.한때 외국 구경을 하고싶어 무선통신을 배워 배를 타려고까지 했던 그였다.
『처음에는 그리스에 있는 친척 형에게서 그림엽서를 받았어요.
좀 지나 원양어선을 타던 친구가 풍랑을 만나 지금도 가기 힘든트리니다드 토바고로 밀려가 엽서를 보내왔죠.이국적인 풍광이 인쇄된 그림엽서를 보니 가슴이 마구 뛰더라고요.가 지는 못할망정가본 것처럼 알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모으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그의 노력은 여러 갈래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먼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한 여학생과 펜팔을 시작했죠.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대사관은 모두 찾아다녔어요.
그 나라 여행사를 소개받고 그 여행사를 통해 그림엽서를 받기 위해서였죠.』 수집에 열중하다 보니 사람도 많이 알게 되고 난생 처음 팬 레터를 써보기도 했단다.
『남미 전역을 2년간 배낭 여행하던 처녀 여행가도 알게 되고에스페란토어를 하는 사람도 사귀었죠.
주한 루마니아 대사는 손수 사인까지 해서 엽서를 주기도 했고요.그리고 몇년 전에는 우리나라 배구 선수들이 쿠바에 간다기에엽서 좀 사달라고 한 선수한테 편지를 띄웠는데 마침 그 선수가부상으로 빠져버렸어요.그후 우여곡절 끝에 여행 사를 통해 구하긴 했지만….』 그의 노력의 압권은 자료조사.그냥 쌓아두기만 하면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엽서 하나하나에 그에 따른 역사를 간략히 적어넣는다.그러자니 자연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셈. 『남미 지역 그림엽서를 정리하기 위해 국회 도서관에 두달간 나가 라틴 아메리카사를 읽었어요.초기에는 엽서에 간단히나와있는 말을 번역하기 위해 외국어대를 뻔질나게 들락거렸고요.
이제 스페인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지구 최북단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엽서를 꼭 구하고 싶다는 그는 각국의 그림엽서로 재소자를 위한 전시회를 갖고 외국여행을 한번 떠나보는게 꿈이란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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