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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100m 금 딴 볼트 신발 끈 풀린 채 … 팔 벌린 채 … 41걸음에 ‘세계 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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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中)가 결승선에 도달하기도 전 승리를 예상하고 두 팔을 벌리며 달리고 있다. 볼트는 9.6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베이징 신화사=뉴시스]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는 괴물이다.

스프린터(단거리선수)로는 드물게 초장신(1m96cm)이다.

그동안 스프린터들은 1m80cm 중·후반대의 다부진 근육질 몸매가 대세였다. 키가 너무 클 경우 스타트에서 불리하고, 후반 파워 지속력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트는 이런 정설을 뒤집었다. 16일 밤 베이징국가체육장에서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 그는 출발에서는 뒤졌지만 큰 보폭을 이용한 빠른 스피드로 경쟁자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9초72)마저 0.03초 경신하며 9초69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결승에서 다른 선수들은 100m를 45걸음에 달렸지만 볼트는 41걸음 만에 끝냈다. 한 걸음이 2.44m나 되는 괴물인 셈이다.

볼트는 8명의 결선 진출자 중 출발 반응시간이 7번째일 정도로 뒤졌지만(0.165초) 엄청난 추진력으로 중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섰다. 80m 지점에서 상대가 한참 뒤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로는 고개와 오른손을 흔들며 금빛 독주를 자축했다. 전광판에 ‘9초68(뒤늦게 9초69로 정정)’의 세계신기록이 찍혔다. 육상 역사상 뒷바람의 도움 없이 9초70의 벽을 통과한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됐다. 거의 모든 100m 세계신기록은 초속 2.0m 가까운 뒷바람을 등지고 달릴 때 나왔다(2.0m 이상이면 비공인). 그러나 이날 볼트는 바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국가체육장이 반지하로 설계된 데다 이날 바깥의 바람도 거의 없어 풍속이 ‘0’으로 기록됐다. 볼트가 다른 선수들의 신기록처럼 1.8m 내외 풍속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리고 피니시 라인 20여m를 남겨두고 ‘우승 세리머니’를 미리 하지 않았다면 9초60 초·중반대의 기록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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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의 주 종목은 원래 200m다. 2002년 자메이카에서 열린 세계주니어(19세 이하)선수권에서 최연소(16세)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얼굴을 알렸다. 2004년에는 남자 200m 주니어 세계신기록(19초93)까지 세웠다. 그러나 성인무대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200m에서 부상으로 예선 탈락했고,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결승 레이스 도중 다쳐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에서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볼트는 2007년 들어 100m에 처음 도전했다. 직선주로의 스퍼트 능력을 끌어올려 200m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훈련 차원이었다. 공식대회 첫 출전에서 10초06을 기록했던 볼트는 다섯 번 만인 올해 5월 리복 그랑프리대회(미국 뉴욕)에서 9초72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불과 77일 만에 세계기록을 0.03초 또 단축했다.

결승에서 함께 뛰었던 마크 번스(트리니다드토바고)는 “(볼트는) 9초54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레이스 막판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 볼트는 “경기가 끝나서야 세계신기록 수립을 알았다. 여기 온 이유는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것이지 신기록이 아니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볼트는 20일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2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그의 금메달은 거의 떼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다만 ‘트랙의 신화’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6년 세운 뒤 깨지지 않고 있는 ‘특출난 세계기록’(19초32)을 넘어설지가 관심이다.

한편 이날 100m 결승에서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은 결승에서 5위(9초95)에 그쳤고, 타이슨 게이(미국)는 준결승에서 조 5위(10초05)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9초50도 시간 문제 … 100m 기록 한계는
볼트 22세, 전성기 아직 멀어

남자 100m의 기록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9초69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인간 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육상에서 세계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다. 당시 남자 100m 세계기록이 10초6(돈 리피콧·미국)이었다. 그리고 56년 만인 68년 짐 하인스(미국·9초9)가 10초 벽을 깼다.

76년 전자 계측이 도입되면서 100분의 1초까지의 기록 측정이 가능해졌다. 91년 칼 루이스(미국)가 9초8대 에 처음 진입했고 8년 뒤인 99년 모리스 그린(미국)이 9초8의 벽을 뚫었다(9초79). 미국이 주도하던 신기록 행진에 2005년 아사파 파월(자메이카)과 2008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가세했다. 최첨단 소재가 사용된 신발과 트랙 바닥, 과학적 훈련방법 등이 한몫하면서 신기록 경신 주기도 짧아지는 추세다.

일본 과학자들은 역대 100m 세계기록 보유자들의 장점을 모아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결과 출발 반응 시간, 근력, 순발력 등을 최상으로 조합하면 9초50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장신 스프린터는 안 된다”는 가정을 배경에 깔고 있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장신 선수는 출발 반응 속도, 스피드, 후반 스퍼트 등에 문제가 있어 기록 단축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그러나 1m96㎝의 볼트가 발군의 스피드로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기록 단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결승에서 볼트는 출발 반응 시간이 0.165초로 경쟁자들보다 최고 0.03초 이상 뒤졌다. 또 결승선 20m 전방부터는 앞당겨 금메달 세리머니를 하느라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9초60대에 진입한 점을 감안한다면 그에게 9초50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물론 그 이상의 기록을 낼 가능성도 커졌다. 볼트는 이제 22세다. 힘이 붙는 전성기까지는 3~4년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번 대회 개막 직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나이 21세다(생일이 지나지 않아 22세가 안 됐다고 말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2011년, 선수로서 전성기에 다다를 것이고 그때도 세계신기록을 충분히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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