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알려지지 않은 기타 大家 김광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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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때로는 우리 곁에 있는 대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기타리스트 김광석(41)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그를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는데 이견이 없지만 일반인들에게 그의 이름은 무명에 가깝다.심지어 그와 동명이인인 포크가수 고(故) 김광석과 착각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
하지만 한국인치고 그의 기타연주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가 기타반주를 넣은 수많은 대중가요들이 매일같이 방송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70년대 초반 그룹 「히파이브」에서 활동한 기간을 빼 면 20여년 세월을 다른 가수의 음반에서 반주를 해주는 세션맨으로 활동했다.김현식.전인권등 톱가수들의 히트곡을 비롯,최근에는 설운도의 『삼바의 여인』등 트로트 가요에까지 그의 기타반주가 들어가 있다.도대체 몇곡이나 세션녹음을 했는지 본인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의 진면목은 지난해 발표한 첫 기타연주곡집 『고백』의 몇몇곡에서 느낄수 있다.록을 비롯,퓨전재즈.블루스등 다양한 장르의연주곡을 수록하고 있는 이 음반은 산해진미를 차려놓은 풍성한 잔칫상과 같다.기타에 관한한 그는 올라운드 플 레이어인 셈이다.하지만 대중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데 대해 많은 음악인들은『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게리 무어나 잉위 맘스틴같은 외국 기타연주자들의 음반에 비해 국내 연주자인 김광석의 음반이 안 팔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고 말한다.하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할 따름이다.『완성도가 떨어지니까 많이 안 나가겠죠』라며 『계속 정진하다보면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라이브 무대에서 가장 자주 연주하는 『애증』은 관객의 폐부를 마구 헤집어대는 블루스곡이다.귀에 익숙한 가요풍의 도입부에 이어 게리 무어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흐느적거리며 울려나오고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내는 트레몰로 주법(특정음 을 빠른 속도로 반복연주해 떨림음의 효과를 내는 주법)으로 절정에 이른다.록 스타일의 연주곡 『혼돈』과 『불꽃』에서는 그의 화려한 속주가 돋보인다.지판을 짚는 왼쪽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놀림이 빠르지만 울려나오는 소리는 군 더더기 하나 없이 깨끗하면서도 정확하다.실제로 그의 라이브 연주를 감상하면 온몸의 기가 손가락끝에 집중됐다가 기타선을 타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김광석은 최근들어 세션연주를 자제하고 있다.『나이도 먹었으니이제는 내 스타일의 음악을 해야 된다』는 깨달음 때문이다.그는『1집에서 너무 다양한 장르를 넣다보니 산만해진 것같다』며 『2집부터는 나만의 색깔을 찾아 보다 정제된 음 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번의 연습도 없이 사물놀이패 「노름마치」와 13분동안 즉흥적으로 연주한 곡을 비롯해 몇곡이 이미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매주말 저녁에 서울 홍대입구의 라이브 클럽 「블루 데빌」에 가면 그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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