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20년 'G7'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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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20년 한국경제의 모습을 담은 21세기 경제장기구상이 나왔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4백20명의 경제전문가를 동원해작년 7월부터 9개월간의 작업끝에 완성한 작품이다.그 내용을 보면 환상적이다.2020년에 가면 우리는 경제규 모와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7위권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때에는 영국을 제치고 선진7개국그룹인 소위 「G7」국이 된다는 이야기다.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정부가 21세기의 국가장기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있는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가 목표실현을 위해 정책방향을 민간주도와 규제완화에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관(官)의 경직된사고로는 21세기의 꿈을 실현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그 실천방안으로 정부기능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불필요 한 기능은 없애고 민간이 담당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민간에 넘겨야 한다고 했다.행정은 철저한 대(對)국민서비스 중심으로 하되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의 이같은 지적은 제대로 관찰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문제는 실천이다.그러자면 무엇 보다도 관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한다.그렇지 않고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만다.관료들이 사고를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를테면 그들이 일에 전념 할 수 있도록처우나 신분보장대책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장기구상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통일이란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향후 20년정도면 대다수 국민들은 통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통일은 앞으로 국가의 최대변수로 작용할게 틀림없다.통일이 이뤄질 경우 우리 경제의 모습은 전혀달라질 수도 있다.통일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독일도 통일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통일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과연 우리가 막대한 통일비용을 지출하고도 2020년에G7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얘기다.통일을 전제로 한 장기구상이라야 현실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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