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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地圖>문학 14."문학사상" 창간 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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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창간호 준비로부터 1년여 근무하는 동안 스스로 과도한 긴장에시달려야 했다.말이 문학잡지의 편집이지 그것은 한국문학 전반에대한 도전이었다.공연히 엄숙하기만 하고 턱없이 진부한 우리 문학계에 충격을 가해 그것을 일신하자는 것이기도 했다.
『문학사상』(이하 『문학』)의 편집방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만들어졌다.먼저 철저한 기획에 따라 책을 만들자는 것이었다.원로에서 신인까지 구색을 적당히 갖춰 장르별로 대강대강 만들어가는 기성의 문학지들과는 그점에서부터 전혀 달랐다 .다달이 특집을 만들고 문학사와 문학계의 쟁점을 찾아 토론과 비판의 분위기를 성장시키려 했다.
또한 세계의 변화에 넓게 주목하고자 했다.필진도 자연히 외국문학 전공자들에게 많은 비중을 두게 됐다.
외국문학의 이론적 동향이며 중요 작가들의 활동,수상및 출판에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두었다.외국에 유학하고 있는 각국의 유학생들 중에서 문학과 유관한 사람을 골라 「현지특파원」으로 삼았다.그들은 현지의 중요한 동향을 신속하게 보내왔 다.
『문학』은 철저하게 문단적 사고를 배제했다.편집의 유일한 기준은 오직 작품이었다.무슨 문학의 단체.조직이나 파벌과는 아무연관이 없었고 잡지를 통해 문단의 힘을 만들어 보겠다는 사고는용납될 수없었다.그 점에서 『문학』은 가장 엄 격한 정선주의의원칙에 따라 필진을 선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잡지가 독립적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고급 문화상품을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었고그것은 다양한 기획과 정선된 필자를 통해 겨우 이룰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50년대의 전후적 상황과 60년대의 군사문화가 만들어낸 비문화적 상황을 벗어나 우리 문학의 전반적 세련을 추구하면서 무디어진 감수성을 쇄신하겠다던 편집방향은 당장 많은 독자들의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많이 찍었고 많이 팔렸다.
필진의 과도한 엄선주의가 동인없는 동인지처럼 잡지의 성격을 좁힌 점과 문학의 전통적 관심이나 사회적 모순에 대한 관심이 배제된 것은 아쉬운 일로 남아 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문학』도 많이 변했다.기획편집의 특성이 사라진 것,독자층이 엷어진 것 등은 특히 아쉽게 생각된다.그러나 『문학』은 우리 문학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면서 우리 문학의수준향상에 일조하였다는,훌륭한 전통을 자랑해도 좋을 것이다.
홍기삼 문학평론가.동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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