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장 혈투에 지친 ‘체력왕’ 김재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김재범(23·KRA)이 12일 유도 남자 81㎏급 결승에서 올레 비쇼프(독일)에게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전날 왕기춘에 이어 한국유도가 이틀 연속 마지막 고비에서 막혔다.

김재범은 결승전 3분30초 만에 비쇼프에게 안뒤축 후리기 유효를 내준 뒤 결국 만회하지 못했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체력이 소진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 ‘체력왕’ 소리를 듣던 김재범이지만 결승전까지 올라오면서 두 차례나 연장전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귈로메 에몬트(네덜란드)와의 준결승에서는 연장 5분까지 꽉 채우며 10분을 뛰었고, 주앙 네투(포르투갈)와의 8강전에서도 연장 2분56초 만에 지도승을 거뒀다. 3회전에서 로베르트 크라브치크(폴란드)를 상대로 4분50초 만에 소매들어 허리메치기로 한판승을 따냈으나 1라운드(5분)를 다 뛴거나 마찬가지였다. 매라운드 혈투였던 셈이다.

조용철 대한유도회 전무는 “연장에서 힘을 너무 많이 뺀 것이 패인이 됐다. 재범이가 빠른 발로 상대를 흔드는 게 특기인데 결승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확실한 한판 기술이 없는 점도 김재범에게는 약점이다.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큰 기술 없이 상대를 넘어뜨리기엔 힘이 부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체급을 올린 지 10개월밖에 안 된 점을 감안하면 은메달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볼 수도 있다. 김재범은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73㎏급으로 뛰었다. 하지만 선배 이원희,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왕기춘과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179㎝에 이르는 키로 매번 10㎏씩을 감량해야 하는 고통도 견디기 어려웠다. 김재범은 체급을 올린 뒤 3개의 국제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적응력을 과시했다. 이날 은메달로 앞으로 이 체급의 간판 자리를 예약한 셈이다. 김재범은 “마음껏 못 했다. 큰 기술을 더욱 다듬어 한 단계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한편 박은철(27·주택공사)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5㎏급 3~4위 결정전에서 하미드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를 2-0으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은철은 2005년과 2007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수리안에게 졌던 빚을 갚았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박은철은 안데르스 님블롬(덴마크), 스펜서 맹고(미국)를 잇따라 제압했지만 4강에서 나지르 만키에프(러시아)에게 아깝게 져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한국 남자핸드볼은 강호 덴마크를 꺾고 첫 승리를 거뒀다. 12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2006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팀 덴마크에 31대30으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10일 열린 1차전에서 독일에 패했던 한국팀은 이로써 1승1패를 기록하며 8강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