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베일에 ‘쌓인’(?) 개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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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8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서구 열강에 짓밟혔던 문화 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을 100년 만에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성대한 축제다. 특히 화려한 개막식이 압권이었는데, 불꽃놀이와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 점화 방법 등은 개막식 직전까지 철통 보안 속에 감춰져 있었다.

올림픽 개막식이 끝나고 “베일에 쌓인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는 리닝으로 밝혀졌다” “베일에 쌓여 있던 불꽃놀이는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완성됐다”와 같은 문구를 기사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위 두 문장에는 잘못 쓰인 단어가 있다. 무엇일까.

‘베일에 쌓인~’과 같이 ‘어떤 물체의 주위가 가려지다’란 의미로 ‘쌓이다’가 쓰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싸이다’의 잘못이다. “베일에 싸인/싸여 있던~” 등으로 고쳐야 옳다. “슬픔에 싸이다”에서와 같이 ‘어떤 분위기나 상황에 뒤덮이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도 ‘싸이다’를 써야 한다.

‘쌓이다’는 “책상에 먼지가 쌓이다” “눈이 소복소복 쌓여 간다”에서와 같이 ‘어떤 물체가 겹겹이 포개지다’란 의미를 나타낼 때 쓰는 단어이므로 ‘싸이다’와 구분해 써야 한다.

문화 올림픽, 세계와 하나 되는 올림픽을 내세운 베이징 올림픽. 그곳에서 낭보가 계속 날아들기를 기대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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