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발씩 남기고 199대 199 … 땀을 쥔 2점차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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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이탈리아. 임동현(22·한국체대), 이창환(26·두산중공업),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가 나섰다.

한국은 기세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1엔드 첫 세 발을 10점에 명중시킨 반면 이탈리아는 첫 두 발은 10점에 꽂았지만 올림픽에 처음 나온 마지막 사수 마우로 네스폴리가 7점을 쏘며 흔들렸다. 2엔드 첫 세 발도 또다시 30점 만점. 한국은 2엔드까지 117-111, 6점 차로 앞서며 싱거운 승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추격은 무서웠다. 이탈리아는 3엔드에서 59점의 높은 점수를 쐈고 한국은 55점으로 주춤하며 점수차가 좁혀졌다. 4엔드 첫 3발에서 한국 선수 세 명은 나란히 9점에 그친 반면 이탈리아는 마르코 갈리아조, 마우로 네스폴리가 10점을 적중시켜 199-199 동점이 됐다.


마지막 3발의 화살로 금메달을 가리는, 피 말리는 순간이 됐다. 이탈리아가 먼저 쐈다. 첫 주자 일라리오 디부오 9점, 갈리아조는 10점을 쏘며 한국을 압박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주자 네스폴리가 쏜 화살이 빨간색 표적지 7점에 꽂혔다. 이탈리아 응원단에서는 한숨이 쏟아졌다. 이탈리아는 225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첫 주자 임동현이 9점을 쏘고 두 번째 이창환이 10점에 명중시켰다. 마지막 박경모가 8점 이상만 쏘면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박경모는 9점을 적중시키며 ‘대~한민국’ 함성이 양궁장을 메아리치게 했다. 227-225, 2점 차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장영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글썽이며 “너무 힘들었다. 주장인 박경모가 많은 도움이 됐다. 박경모가 경기장 안에서 후배를 잘 이끌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엔드에서 10점을 맞힌 이창환은 “연습 경기를 할 때 마지막 엔드 동점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많이 했다. 동점이었지만 긴장이 안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6개월에 걸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궁사를 선발한다. 치열한 경쟁을 거친 선수들을 대상으로 외국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신력 훈련을 시킨다.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실력이 고르고 위기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비결이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선수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멸한 반면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철 심장을 보여줬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221-218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2엔드까지 109-109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3엔드에서 166-162로 점수를 벌려 사실상 결승 진출을 예약했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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