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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서범석

중앙일보

입력


“딸(6)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연기하는 데 그것처럼 걸림돌이 되는 말이 없더라고요. 딸이 뮤지컬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노래도 곧잘 하고 끼도 있어요. 딸아이요? 발레리나가 될 거래요.(웃음)”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는 뮤지컬 배우 서범석(38). 현재 출연중인 연극 ‘여보, 고마워’(고혜정 원작·위성신 연출)에서의 이웃집 남자 같은 편안한 모습 그대로다. 대학재학 중이던 1991년, 연극 ‘오델로’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뮤지컬 배우로만 활동해온 그를 연극 무대로 불러들인 ‘여보, 고마워’는 결혼 10년차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공학박사 출신의 연구원직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후 전업주부로 지내는 남편 역을 맡았다.

“연극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죠. 노래로 하는 감정표현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거든요.(웃음) 주특기인 노래를 빼고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연기자라면 말(언어)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죠.”

이번 작품은 대본을 받아들면서부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소시민적인 남편의 모습이 그랬고, 부부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대사가 몸과 입에 달라붙었다.

친구와 비밀 통화를 하다 아내가 나타나자 “급전 안 써요”라며 핸드폰을 급하게 끊는다든지, 관리비를 독촉하는 통장에게 “자동이체 했는데…”라며 너스레를 떠는 생활 밀착형 연기는 그의 애드리브다.

“맞벌이 부부여서 평소 빨래며 청소 정도의 집안일은 거뜬히 해요.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연기죠.(웃음)”

그가 요즘 자주 듣는 극중 인물평은 ‘어쩌면 그렇게 유약하냐’다. 전작(前作)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보여준 강렬한 프롤로 신부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프롤로가 다소 탐욕스러웠다면 한국어 공연에선 에스메랄다에게 애증을 가진 인물로 그리려고 했어요. 외부에서 회의를 마치고 성당으로 돌아오는 첫 장면에서의 걸음걸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십 번 무대를 오갈 정도로 공을 들였죠.”

프롤로 역으로 그는 얼마 전 막을 내린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6월17~7월7일)에서 ‘최고 스타상’을 수상했다. 굵직한 공연마다 캐스팅 우선순위에 오르면서도 좀처럼 상복이 따르지 않던 그에게 이번 수상은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창작뮤지컬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창작뮤지컬은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아 출연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란 쉽지 않죠. 창작뮤지컬을 열심히 할 때엔 상을 못 받다가 라이센스 뮤지컬로 단박에 주목 받는 것 같아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해요.(웃음)”

그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는 9월 초 막을 올리는 창작뮤지컬 ‘파이란’과 10월 김해에서 시작되는 ‘노트르담 드 파리’ 재공연에 잇따라 출연한다.

“요즘 소극장 무대에 서면서 힘을 뺀 나지막한 대사로 관객과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연극에서의 섬세한 연기가 뮤지컬 무대에 접목된다면 관객에게 좀더 큰 감동을 줄 수 있겠죠. 보편적인 정서가 아니라 그것에 특별함을 얹어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보, 고마워’는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에서 공연된다. 문의= 02-3471-6475

▶ 서범석은… 1970년생. 사랑은 비를 타고(2001)·지킬 앤 하이드(2004)·블루 사이공(2004)·명성황후(2006)·미스터 마우스(2006) 하루(2007)·위대한 캣츠비(2007)·라디오 스타(2008)·노트르담 드 파리(2008) 등 출연.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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