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악화일로의 레바논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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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스라엘이 18일 남부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 캠프에 포격을 가해 대피중이던 레바논 난민 1백여명이 숨지고 1백10여명이 부상한 사건은 비단 레바논사태 뿐만 아니라 중동평화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심각한 사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헤즈볼라 게릴라 로켓포 진지에서 3백여나 떨어진 유엔군 소속 피지분견대에 포격을 가했다.이스라엘군이 이곳에 난민들이 몰려 있었음을 몰랐을 리가 없다.비록 헤즈볼라의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이긴 하지만 유엔군 캠프를 공격한 점,그리고 피해자가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최근 레바논은 오랫동안 계속된 내전을 끝내고 복구사업을 적극추진하는 등 국가기능이 정상화돼가는 단계에 있다.그러나 내전기간중 레바논에 군대를 진주시킨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다.특히 이스라엘은 82년 팔레스타인 게릴라 소탕을위해 레바논을 침공,남부 레바논 이스라엘 접경지역에 「안전지대」를 설정하고 이스라엘군과 친이스라엘의 남부레바논군(SLA)을주둔시키고 있다.한편 지난 82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헤즈볼라는 남부레바논 해방을 내 걸고 이스라엘과 SLA에 대한테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다음달 총선에서 약세 입장에 있는 시몬 페레스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있다.그러나 민간인 대량 살상사태로 이스라엘측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다.더 심각한 것은 이번 레바논사 태가 기왕에 이룩한 중동평화 노력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이스라엘과 평화를 원하는 아랍권내 온건파의 입지는 좁아지고 계속투쟁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입장이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사태는 숱한 희생과 국내외의 도전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정부가 추진해온 평화노력을 수포로 돌릴 위험이 있다.
레바논은 15년간 내전에서 이미 흘릴 만큼의 피를 흘렸다.어느 나라,어느 목적도 레바논국민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이스라엘은 이 정도로 공격을 중지,더 이상의 살상이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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