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83cm의 기적 … 박태환 명품 수영의 비밀은 ‘적은 기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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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신체 조건=박태환의 폐활량은 7000cc로, 일반인 폐활량(3000~4000cc)의 두 배다. 다른 수영 선수들은 5000~6000cc 정도다. 중장거리 선수에게 폐활량은 필수조건이다. 긴 거리를 헤엄쳐도 쉽게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폐활량이 크고 지방이 없다 보니 물에 뜨는 능력인 부력(浮力)도 뛰어나다. 부력이 좋기 때문에 스트로크 때 물 안에 잠겨 있는 팔에 힘을 덜 들인다. 덕분에 이 팔을 올려 저을 때 더 많은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런 신체 조건을 십분 활용해 박태환은 라이벌로 꼽혔던 그랜트 해킷(호주)을 따돌렸고, 경기 막판에는 장린(중국)과 라선 젠선(미국)을 체력과 근지구력에서 압도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이 수중촬영한 결과 박태환은 타고난 부력 덕분에 상체가 쉽게 들려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에 다른 선수에 비해 상체 부근에 물거품(기포)이 덜 일어나는 게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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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 조절 능력=헤엄쳐 나갈 때 다른 선수들이 물속에서 한쪽 얼굴만 내밀어 호흡을 하는 데 비해 박태환은 좌우로 자유롭게 얼굴을 돌려가며 숨을 쉰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3번 레인에 배정받은 박태환은 경기 초반엔 오른쪽(2번 레인)의 해킷을 보면서 호흡을 했다. 해킷의 초반 페이스가 빠르기 때문에 그를 페이스 메이커로 내세워 초반 스피드를 내겠다는 뜻이었다. 경기 중반 이후 해킷이 처지자 박태환은 왼쪽의 젠선(4번)과 장린(5번)을 보면서 숨을 쉬었다. 이런 방법으로 박태환은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다.

양팔의 스트로크와 양다리의 킥도 빼놓을 수 없다. 박태환은 좌우 호흡은 물론 팔의 스트로크와 발차기 횟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팔을 좌우로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발차기 횟수를 2∼6회까지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게 가능하다. 수영을 하는 리듬감을 타고난 덕분이다. 게다가 좌우 밸런스가 좋아 스트로크 때 몸이 좌우로 치우치는 것을 막아 기록 손실이 적은 게 강점이다. 박태환의 키는 1m83cm. 경쟁자인 해킷(1m97cm)보다 체격이 훨씬 작다. 양팔 길이도 1m96cm로 해킷(2m4cm)보다 짧다. 이런 불리함을 천부적인 수영감각과 기술로 뛰어넘은 것이다.

◇순간판단력 탁월=박태환은 스트로크와 킥, 호흡 조절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한다. 레이스에서 ‘이기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초반엔 팔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발차기를 2회 정도 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다 상대를 따라잡아야 할 때는 발차기를 4회, 6회까지 늘려간다. 정일청 대한수영연맹 전무는 “박태환은 늘 최고기록을 실전에서 경신했다. 수영 메커니즘을 조절하면서 상대를 따라잡는 기술과 판단력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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