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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필살기 ‘최민호표 업어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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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도 남자 60㎏급 최민호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최민호가 9일 베이징과기대 체육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최민호는 다섯 경기를 모두 한판으로 이겼다. [베이징=뉴시스]

“업어, 업어! 허벅다리는 안 돼, 민호야. 그렇지!”

유도 남자 60㎏급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9일 베이징과기대 체육관 관중석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최민호의 소속팀인 한국마사회 이경근 감독은 계속 업어치기를 주문했다. 최민호는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우등생처럼 예선 첫 경기부터 내리 3경기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바로 이 업어치기가 최민호의 우승 비결이었다. 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경근 감독은 ‘최민호표 업어치기’라고 소개했다. 통상 업어치기는 상대를 업은 뒤 그 어깨 아래쪽으로 떨어뜨린다. 하지만 최민호의 업어치기는 오른쪽으로 업어 왼쪽으로 떨어뜨리는 변칙 기술이다. 비밀은 상대의 도복을 잡는 손의 모양새와 공중에서 힘을 쓰는 방향에 있다. 일반적인 업어치기는 두 손을 좌우나 상하로 나란히 해 상대의 도복을 잡은 뒤 두 팔을 위아래로 힘을 줘 상대를 메다꽂는다. 하지만 최민호는 손을 엇갈리게 X자 형태로 도복을 쥔다. 상대를 업은 뒤에는 공중에서 좌우로 힘을 준다. 보통의 업어치기 기술로 생각하는 상대방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급급하다 허를 찔린다. 최민호의 오른쪽 어깨에 업혔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왼쪽 발 아래로 쓰러지고 만다.

이경근 감독은 “세계유도협회에서 ‘최민호 업어치기’라고 이름을 붙여줘야 할 정도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제대회에서 이 기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통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이 기술이 포인트로 인정받게 됐고 민호가 이번 올림픽에서 덕을 봤다”고 말했다. 상대를 들어올리는 힘이 웬만한 중량급 선수와 맞먹는 최민호의 업어치기는 세계 유도계에서 ‘알고도 당하는’ 기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 몸무게의 2.5배를 넘는 무거운 바벨을 드는 최민호는 ‘작은 거인’으로 불릴 정도로 파워가 좋지만 지구력 면에서 약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업어치기로 마무리한 초반 3경기에서 최민호가 뛴 경기 시간은 5분2초에 불과했다. 이때 아낀 힘을 남은 두 경기에서 다리잡아메치기와 들어메치기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결국 최민호는 자신만의 업어치기 기술로 새로운 ‘한판승의 사나이’가 됐다.

최민호의 시원스러운 경기 스타일은 유도 종주국인 일본 네티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한·일 번역 사이트 인조이재팬(enjoyjapan.naver.com)에 글을 올린 일본인 네티즌 ‘akiras’는 “한국인지만, 그의 유도 스타일은 멋지다. 유도는 이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평소 독설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게시판 사이트 2채널(www.2ch.net)에도 최민호 찬사가 이어졌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 최민호는 3억2000여만원에 이르는 보너스를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금메달 포상금 5만 달러(약 5120만원 ) ▶소속팀 마사회의 격려금 2억원 ▶대한유도회 포상금 5000만원 ▶연금 점수가 159점이 돼 규정에 따라 상한선(110점)을 초과한 49점에 해당하는 2000만원의 일시금을 받는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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