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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선변호인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절도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가족이 피해자로부터 받아 갖다준 합의서를 국선(國選)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을 잊은채재판이 다 끝나도록 갖고 있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더구나1심재판 진행중 낼 수 있었던 합의서를 1,2 심 두명의 국선변호인 모두 항소심이 끝나도록 간과해버렸다는 것은 국선변호인제의 현실과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 합의서가 피고인 양형(量刑)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불리하게 작용할 리는 없을 것 아닌가.그러므로 『변호인 잘못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피고인어머니의 절규는 나름의 호소력이 있다고 봐야 한 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국민의 기본권이다.형사소송법에 국선변호인제를 규정해 놓고 자력으로 방어할 능력이 없는 피고인에게는 국가 예산으로 변호인을 선임해주도록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권리를 뒷 받침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국선변호제도가 일부 변호사들의불성실과 태만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또 국선변호제도에 대한 문제점지적이 오래전부터 반복되고 있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선변호인의 사건수임료가 너무 적은 것이 부실한 변론의 가장큰 이유인 것은 틀림없다.국선변호료는 사건.활동내용 등에 따라건당 10만~50만원을 지급토록 돼있으나 대부분 10만원씩 지급해 사선(私選)보수의 몇십분의 1에 불과하고 ,기록복사.피고인 접견.현장 출장등은 엄두도 못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인권보호는 변호사의 기본적인 사명이자 의무다.그러므로 국선변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수의 현실화도 시급하지만 변호사 스스로 직업윤리관.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아울러 법원측도 기록 열람.구치 소 접견.재판기일 지정등에서 국선변호인을 푸대접해온 관행을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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