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차고.쓰레기창고까지 이색 투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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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중구황학동 동사무소 직원 서정엽(徐廷燁.50)씨는 10일오후 H빌딩 주차장에 주차된 10여대의 차량을 조심스럽게 밖으로 인도해냈다.주변 2천여명의 유권자들이 귀중한 한표를 행사할투표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주인을 설득해 30만원의 사용료를 내고 가까스로 얻은 주차장에서 徐씨는 전기가설및 임시 전화 설치를 마쳤다.서울종로구평창동 4투표소는 당구장.건물주인 尹모(57)씨는『장사 공친다』『임대료가 싸다』며 지역주민들이 투표장소를 좀처럼 대여하려하지 않는다는 고충을 듣고 당구장과 함께 전화까지 무료로 내놓았다.
또 서울강북갑선거구 수유1동 5투표소는 쓰레기 재활용 창고에마련됐다.사방에 녹색 천막이 쳐진 임시 가건물로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등을 분류해 쌓아놓은 곳이다.
수유1동 동사무소 직원 장영만(張永萬.55)씨는『쓰레기 냄새는 나지만 이곳 이외에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2천6백34개 투표소중 종전처럼 동사무소.학교.
교회등에 설치된 곳은 2천1백94곳이며 4백40곳이 공공장소를찾지못해 이같은 이색 장소에 투표소를 마련했다.
이색 투표소의 등장에는 사유건물 임차 예산이 지난해 6.27지방선거에 비해 절반 정도 삭감된 것도 한몫을 했다.
서울중랑갑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지방비로 지원되던 지난해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소당 평균 20여만원의 임차료가 책정된 반면 국가예산으로 충당되는 이번 선거에선 10여만원선』이라며 『이같은 임대료를 받고 누가 장소를 빌려 주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무료대여를 약속한 독서실(구로갑 개봉2동 7투표소),회사 구내식당(성동갑 성수1가2동 4투표소),택시회사 사무실(성수2가3동 3투표소),태권도장(중랑갑 면목2동 7투표소)등이 이날 투표소로 변신한다.
강홍준.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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