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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낭랑한’ 대륙문화의 큰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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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데틀레프 슈나이더/CMI 제공]

세계의 관심이 베이징에 모이는 8일 올림픽 개막식. 중국 문화계의 두 스타가 그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선다. 피아니스트 랑랑(郞朗·26)과 미술가 차이궈창(蔡國强·51)은 이날 각각 연주와 불꽃놀이 연출로 중국의 거대해진 문화적 힘을 선포할 예정이다. 중국 최초로 서구의 문화 중심에 진출했던 이들은 ‘중국 최초’를 넘어 세계를 긴장시킬 준비를 마쳤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 때문에 언론과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 피아니스트 랑랑이 소속된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는 최근 이같은 입장을 중앙일보에 전해왔다.

랑랑은 8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막식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방침 때문에 랑랑은 언론과 접촉하지 않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올림픽 홍보대사로 임명한 랑랑은 개막식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화 봉송에도 참여한다. 최종 주자로 낙점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운동화, 자서전… ‘랑랑 바람’이 분다=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랑랑을 세계인에게 소개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이후 클래식 음악계에는 한동안 ‘랑랑 바람’이 불 전망이다. 아디다스는 최근 ‘랑랑 스니커즈’를 내놨다. 검은색 바탕에 피아노 페달 모양의 금색 줄을 새기고, 랑랑 특유의 과장된 피아노 연주 자세를 그려넣은 한정판이다. 클래식 연주자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랑랑은 카라얀 이후 팝스타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클래식 아티스트로 꼽히고 있다.

랑랑은 올림픽 분위기를 타고 자신의 책 두 권을 동시에 내놨다. 이달 초부터 미국·유럽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저니 오브 어 사우전드 마일스, 마이 스토리(Journey of a Thousand Miles: My Story)』는 평전, 『플레잉 위드 플라잉 키스(Playing with Flying Keys)』는 자서전 형식이다. 선양(瀋陽) 출신인 그가 난방이 되지 않는 집에서 추위를 잊기 위해 피아노를 연습하던 이야기 등 ‘성공 신화’가 들어 있다.

◇中 문화성장의 아이콘=1982년생인 랑랑은 문화혁명 이후의 1세대에 해당한다. 억눌렸던 문화적 욕구가 한 가정 한 명의 아이에게 쏟아지던 때다. 이 때문에 랑랑의 성공은 중국 문화 성장의 역사를 상징한다.

랑랑은 그동안 중국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표현해왔다. 뉴욕 카네기홀에서 중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자국의 음악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쓰촨(四川)성 지진 피해자를 위해 자신의 피아노를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랑랑이 쓰는 빨간색 그랜드 피아노의 경매는 16만5000달러(약 1억6000만원)에서 시작, 올림픽 개막일인 8일 오후 5시를 마감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중국 선양의 신동이었던 랑랑은 17세 때 영국 로열 앨버트 홀에서 시카고 심포니와 협연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베를린·빈 필하모닉, 미국의 5대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최초의 중국인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화끈하고 폭발적인 해석이 그의 특징이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그의 음악에서 스타성을 발견하고 아우디·소니·몽블랑 등 대기업이 홍보대사 역할을 맡겼다.

올림픽 스타로 기록될 랑랑은 폐막 이후 런던에서 독주회를 열고 9월 한국에 온다. 9일 성남아트센터,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지휘자 정명훈, 라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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