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회사, 정 사장 취임 후 1172억 누적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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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5일 발표한 감사결과는 KBS가 그동안 얼마나 느슨한 조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고 수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돈을 써 최근 4년간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생겼다. 일부 지역국을 폐지해 수백 명의 유휴 인력이 생겼는데도 이들을 다른 곳으로 배치하는 등 방만한 인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김용우 사회복지감사국장은 “과도한 임금인상·복리후생을 집행하는 등 경영을 방만하게 했고, 자격 미달자를 국장으로 특별승격시키고 비리자의 징계를 부당하게 줄이는 등 인사전횡도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2003년까지 KBS는 매년 228억~1032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났으나 정 사장 취임 이후 1172억원의 누적손실이 발생하고 조직 내 갈등도 심화됐다”며 해임요구 처분의 이유를 설명했다.

감사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2005년 8월 국세청과의 조정에 응해 514억원의 세금 환급 기회를 포기했다”며 “같은 해 4월 814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또 7월에 노조와 ‘05년 적자발생시 경영진이 책임진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상황에서 적자를 회피하기 위한 졸속·부당처리”라고 밝혔다.


◇수당 잔치=감사 결과 KBS는 2005년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줄어든 임금을 보건후생비를 늘려 보상해 줬으나 각종 수당을 추가로 올려줘 15.29%의 인금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KBS는 306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했다. 또 청원·보건·근속휴가 등 유급휴가를 너무 많이 유지해 직원들은 연차휴가를 가지 않아도 됐다. 이 때문에 연차휴가 사용비율은 2.4%에 불과했고 쓰지 않은 휴가는 모두 보상비를 받았다. 매년 228억원이었다. 시간외 수당도 멋대로 지급됐다. 2006년에는 전체 직원의 31.5%인 1522명이, 2007년에는 37.5%인 1831명이 1인당 지급한도(432만원)보다 많은 시간 외 수당을 챙겼다. 이 가운데 192명은 1000만원이 넘었고 어떤 이는 1871만원의 시간외 수당을 받아갔다.

◇기준 없는 인사=정 사장 시절 KBS에 상위직과 노는 인력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40.6%인 2직급(을)이상 비율은 2008년 48.2%로 늘었다. 여수 등 7개 지역국을 폐지했지만 196명의 인력을 다른 지방국으로 재배치했다. 또 송·중계소 94곳에 대한 자동화·무인화 사업이 완료됐지만 499명을 시설유지 인력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도 원칙없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정 사장 취임 직후 승격요건(3년 이상 부장경력자)을 채우지 못한 20명을 국장으로 특별승격시켰다. 특히 방송직군 182명 중 근무평가가 179위인 사람이 승격됐다. 근무평가 하위 20%인 사람도 5명이나 승진했다. 2007년에는 근무평가가 513명 중 485위인 사람 등 하위 20% 12명이 팀장이 됐고, 2006년 상위 10%이내인 11명이 보직해임을 당했다.

◇부당한 사업추진=2000년 11월 1247억원을 들여 지은 KBS수원센터(7만5260㎡)도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제작시설 중 2612㎡, 사무실 중 615㎡가 비어 있다. 또 편의시설 4287㎡는 2005년 1월 방송박물관 설치를 위해 입주업소 11개를 모두 나가게 했지만 박물관 설치 계획이 취소돼 1년~3년2개월 동안 비어 있었다.

KBS별관과 연구동 부지개발사업은 불법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사 신축이 법에서 제한돼 있어 추진이 어려워지자 40년간 소유권은 민간사업자 명의로 두고 무상사용한 뒤에 이전받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차후에 불법으로 사업 추진이 중단되면 예산 낭비가 예상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방영하지 않는 영화 구매도 문제가 됐다. KBS는 방영하지 않은 추석용 영화 6편이 있으면서 2005년 12월에 2006년 추석방송을 대비한다며 13억원을 들여 영화 3편을 긴급 구매한뒤 1편만 방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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