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기고 꿈의여정 50년 칸타빌레] 126. 마지막 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50주년 기념 세종문화회관 대공연 당시 41년 만에 모인 필자(왼쪽에서 여섯째)의 8남매.

4월 30일, 그토록 오랜 시간 기다리고 준비해온 50주년 기념 대공연 무대에 섰다. 오래 전 나는 하와이 어느 해변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온 세상을 붉디붉게 물들일 것만 같은 노을이 절정을 이룬 저 석양보다 더 아름답고 찬란한 태양이 있을까. 나도 저 석양처럼 내 생애 최고의 순간,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

10년 전 나는 50주년 기념 공연을 그 절정의 순간으로 생각했고, 그 무대에서 멋지게 내려오는 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지난 10년, 바로 오늘이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생각할 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10년을 즐겁게 지낸 것이다.

그러는 사이 큰딸 정아가 아들 킴을 낳아 나는 70대 할머니가 됐다. 얼마 전 정아가 딸 인디고를 출산한 덕분에 두 손주의 할머니가 됐다. 이제는 나이 드는 게 조금도 싫거나 두렵지 않다.

10년 만에 신곡을 취입해 마지막 정규 앨범을 냈다. 난생 처음으로 높이가 8m나 되는 무대 천장에서 초승달을 타고 내려오는 선녀처럼, 공연 오프닝 퍼포먼스도 했다. 해외 곳곳에 흩어져 사느라 부모가 별세했을 때도 한자리에 다 모이지 못했던 8남매가 정확히 41년 만에 서울에서 재회하는 참으로 뜻 깊은 만남도 준비했다. 50주년 기념 서울 대공연 ‘꿈의 여정 50년 칸타빌레’. 공연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성황을 이뤘다. 나도 기대한 만큼 성공적인 공연이어서 만족했다.

그리고 5월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고 있다. 50주년 공연이 마지막 공식 무대가 될 것이라고 여겼던 10년 전과 달리 얼마간은 더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느 것도 섣불리 약속할 수 없다. 나이 탓을 하며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은 정말 나답지 않지만 자연의 섭리는 인정해야 한다.

오늘 이 지면을 통해 많은 팬에게 다시 한 번 마지막 소원을 밝히고자 한다. 노래가 운명이고, 가수가 운명이었던 패티 김. 50년 동안 노래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는 나의 마지막 소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꼭 한 번은 패티 김의 노래를 직접 들어볼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국민가수’라는 무거운 수식어도 ‘최고의 디바’라는 화려한 찬사도 원하지 않는다. 국민 누구나 단 한 번이라도 라이브 공연을 본 가수로 남는 것, 그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자 가장 큰 바람이다. 그 소원을 하루빨리 이루기 위해 나는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더 많은 도시, 더 많은 나라에서 콘서트를 열 것이다.

지난 50년, 패티 김 꿈의 여정에 함께해준 팬 여러분, 그 기록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끝>

패티 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