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2, 제3의 삼성전자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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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외국 언론들이 크게 다루고 있는 한국 관계 기사는 두 종류다. 하나는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 중도좌파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장은 세계 전자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수익은 1년 전의 세배 가까운 3조1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이미 일본 소니의 두배 규모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도 제쳤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최대의 기술업체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의 활약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바로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하루빨리 만들어내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늘어날 때 국부(國富)가 커지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기업인의 창의성을 북돋워 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기업인들이 17대 국회의 첫 과제로 규제개혁을 꼽았다는 대한상의 조사 결과도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진보적 성향을 놓고 정부정책의 좌편향을 우려하는 해외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책 기조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서둘러 "정부의 정책 기조가 왼쪽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재삼 확인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열린우리당도 해외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시장경제 원칙의 준수를 천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좌(左)나 우(右)의 성향을 넘어 제2, 제3의 삼성전자 신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최대 임무도 국부를 키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