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돈은 중요치 않아"… 삼성, 이미지 홍보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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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시 구단의 피터 케년 사장.런던=오병상 특파원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얼마인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재산을 가진 축구광이다.

엄청난 러시아의 자원(석유.가스)을 거머쥔 그는 안전을 찾아 영국으로 왔고, 명예를 더하기 위해 첼시 구단을 사들였다.

이후 첼시구단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삼성과 스폰서십 계약과정에서도 첼시구단은 공언했다. "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돈은 네번째 기준이다. 첫째는 이미지. 둘째는 기업의 수준. 셋째는 세계화 전망. 넷째가 후원금 액수다.

이미지는 젊고 활기차며 확실한 성장세를 타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수준은 세계정상급.

첼시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위한 세계화 비젼을 공유해야 한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기업이어야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후원금은 앞의 조건에 어울리면 된다.

스폰서십 협상 실무책임자였던 삼성 간부는 "대개들 돈을 많이 내는 기업을 스폰서로 삼게 마련이다. 누구나 그렇게들 알고 있다. 그러나 첼시와 같은 부자 클럽, 특히 장기적인 비전을 강조하는 명문은 돈보다 이미지와 전략을 앞세웠다. 당황스러웠다. 기준이 복잡하다보니 첼시구단의 이사회 내부에서도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애를 태웠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협상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삼성과 경합한 경쟁자는 노키아다. 세계최대 핸드폰 제조업체다.

특히 노키아는 유럽을 대표하는 최정상기업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자랑한다. 노키아가 삼성보다 더 많은 후원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최종 순간 금액 때문에 우리가 밀린다면 미리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더 많이 낼 용의가 있었다. 보수적인 유럽시장을 파고들기위해서는 축구가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첼시는 젊고 개방적인 이미지에다 구단주가 러시아인이라 동유럽과 러시아 시장 진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는 얘기에 삼성은 이미지 홍보에 적극 나섰다. 그동안의 투자가 힘이 됐다.

포르투갈 출신 감독 호세 무링유에게는 '삼성이 포르투갈 국가대표 축구팀 후원업체'라는 점이 어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삼성을 알고 있었다.

피터 캐년 사장은 경쟁팀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누리는 인기를 추월하기위해 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합의가 끝난 지난 18일 계약을 체결하러 구장을 찾은 삼성 간부는 이사회가 다시 격론에 휩싸이는 바람에 하루종일 기다리다 돌아서야 했다. 이사회는 다음날 오후 6시에 끝났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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