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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 배짱일까? 국산차 소비자는 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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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00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

일본에서 도요타의 이미지는 두 가지다. 경영진부터 현장 작업자까지 가이젠(改善) 활동으로 똘똘 뭉쳐 매년 1조원 이상 비용을 절감하는 최적의 일본식 조직능력을 갖춘 회사를 말한다. 또 하나는 세계 1위에 등극하고도 아직도 ‘화장실 변기에 벽돌 한 장 넣어 물을 아끼는 식’의 쥐어짜기 밖에 모른다는 촌구석 경영에 대한 비판이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철강을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전전긍긍이다. 일부 업체는 수출차 가격을 올렸지만 내수 가격 인상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세계 1위 도요타는 가격 인상에 대해 꿈적 않는다. 오히려 가격을 동결해 일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달 와타나베 가츠아키 사장은 "중대형 고급차를 중심으로 일부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전 차종 인상과는 다르다. 고급차 가운데 일부를 2009년형을 내놓으면서 가격 조정을 하겠다는 의미다.경쟁이 심한 중소형차 가격 인상은 도요타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엔 가뜩이나 준 내수를 을 더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고 한다. 일본은 지난해 1976년 시장 규모로 줄었다. 안방을 잃으면 세계를 잃는다는 논리다. 더구나 일본 경제계에선 도요타가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다면 더 이상 도요타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고까지 단언한다. 개선 활동으로 이런 인상 요인을 만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본 2위인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지난 6월 “도요타가 가격을 올려야 다른 (하위)업체들도 동참할 수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현대기아차 1일부터 승용차 가격을 1.9-2.0% 인상했다. 전 모델 가격인상은 현대차 41년 역사뿐 아니라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처음이다. 이 회사 이광선 국내영업본부장은 지난달 기존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더 이상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인내하기 어려워 일부 수출차에 이어 내수 차종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왠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대차 이익 구조는 내수 영업이익률이 10%가 넘고 수출은 2∼4%에 불과하다. 안방에서 벌어 수출을 충당하는 구조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올 상반기에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여기엔 내수 판매 호조가 큰 힘이 됐다. 시장 점유율 51.5%로 역대 최고치다.

올해 철강 가격은 1톤당 40만원 정도 올랐다. 소형차는 이것저것 합쳐 원가 상승분이 50만원이 넘는다고 아우성이다. 중대형차는 1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그래서 현대차는 미국 수출차는 이미 일부 2% 정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판매가 죽을 쑤는 판에 딜러들이 각종 인센티브를 더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오히려 지난해보다 가격이 더 내렸다.

배짱 부렸던 도요타코리아

배짱을 부리고 가격을 올렸다가 혼줄난 경우도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2004년 상반기 석 달간 엔화 환율이 약 10% 올라 1050원까지 치솟자 재빨리 소비자가격을 2∼4% 인상했다. 당시 도요타코리아는 “급등한 엔화 환율로 적자를 낼 수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수입가격 대금을 원화 결재를 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에 따른 손해는 본사에서 보는 구조다. 그 해 도요타코리아는 영업이익 200억원을 내 수입차 업계에서 최고 이익을 냈다.

속 내는 렉서스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 정도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을 설게 분명하다는 배짱이었다.

불과 3년후 엔화 환율은 750원대까지 급락했다. 도요타코리아는 가격인하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가격을 내리면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면서 잇단 수입차 업체의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다. 3년전 환율 급등으로 가격을 올린 것을 역으로 계산하면 20% 이상 인하 요인이 생긴 것이었다.

선택 여지 없는 한국 소비자

국내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대ㆍ기아차 점유율이 76.4%(올 상반기)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입차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연간 신차 시장 100만대가 넘는 세계 15개 국가에서 이런 구조는 한국뿐이다.

지난해부터 현대차와 가격대가 비슷한 일본 수입차가 인기다. 하반기엔 닛산ㆍ미쓰비시가 가세한다. 일본차가 품질ㆍ성능이 한 수 우위라서 인가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매년 파업을 일삼는 노사관행, 그리고 신차(부분변경 모델 포함)를 내놓으면서 5∼15%씩 가격을 올렸던 것에 소비자가 등을 돌렸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1990년대 자동차 3사가 경쟁을 할 때 신차를 내놓고도 가격을 3% 올리기도 어려웠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영이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을 때 가격을 내릴 수 있을까. 한번 올라간 가격은 통상 내려오지 않는다는 게 경제의 통설이다.

당장 가격을 올려 부족한 이익을 만회하는 것 보다는 지금까지 현대차를 사준 고객을 생각해 손해가 날 때까지 참고 견디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가격 인상은 2009년식 모델을 내놓거나 부분변경모델을 발표하면서 올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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