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교육감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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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시교육감이 새로 선출됐다. 6명의 후보가 나서 유세 초반부터 정치권 못지않게 과열·혼탁으로 치달았던 선거가 마무리된 것이다. 후보 성향에 따라 격렬한 이념대결 양상을 보였고, 여야 정치권의 대리전 모습까지 드러내 많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교원단체들이 제각각 선거운동을 하거나 특정 후보 지지선언도 했다. 양대 노총도 가세했다. 교육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조짐까지 나타났다. 새 교육감은 이 같은 소모적 논쟁을 슬기롭게 매듭지을 책임이 있다.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서 벗어나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고, 교육의 미래는 사실상 교육감의 리더십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지역 초·중등 교육에 대해 교육감이 거의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4·15 학교자율화 조치로 이 같은 역할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새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자치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주민의 뜻을 교육에 더 많이 충실하게 반영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15.4%에 불과한 투표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울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전폭 지지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철학과 정책노선에만 의존해서는 절름발이식 교육, 편식 교육이 될 우려가 큰 것이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학교선택권·특목고 설치 여부·교원평가·학력평가 등 어느 것 하나 국가 장래와 관련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시민들 제각각이 이들 현안에 대한 의견과 생각이 있다. 신임 교육감은 교육자치의 뜻에 맞게 이들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뜻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교육정책은 합리적이고도 신중하게 채택·추진돼야 한다. 특정 이념이나 정치세력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섣부르게 선택·시행된 교육정책은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그 악영향을 가늠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이념논쟁을 접고 새롭게 출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