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제를찾아서>사이버 공동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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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류는 지금 미증유의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세계의 문턱에 서있다.학자들은 이 변화를 해명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규명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자연히 새로운 연구주제와 방법론,연구경향들이 분출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할 논 쟁적 주제들을 찾아 전망의 잣대를제공해보려 한다.
[편집자註] 인터네트에 「독립선언문」(A CyberspaceIndependence Declaration)이 떠돌아 다니고있다.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공동 설립자인 바르로는 96년2월7일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이 통신법 수정안에 서명하는 날을 기해 보스턴 항(인터네트)에 차(통신품위법)를 쏟아부었다.
바르로가 독립선언문을 올리자 수백개의 사이트에 이 선언문이 복사되어 게재됐다.천지사방에 뿌려지는 종이 전단처럼 인터네트 곳곳에 디지털 삐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가상공동체는 현실세계의 권력인 정부에 대항해 사이버스페이스의 독립을 선언할 정도의 실체를 갖고 있는가.인터네트는 또하나의 새로운 미디어인가 아니면 새로운 공동체인가.
요사이 인터네트의 빠른 성장과 함께 네트의 성격에 관한 이론적 논의도 제법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터네트의 성격에 대한 접근방식은 도구적 관점과 공동체적 관점 두가지 입장으로 대별할 수 있다.도구적 관점은 인터네트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따라서이런 관점은 인터네트를 뉴미디어로 본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의 실재성은 인정하지 않는다.정보고속도로라는 테두리에서 인터네트의 상업적 응용을 모색하는 비즈니스계와정책 관련 전문가.경제학자가 이런 부류에 속한다.
한편 공동체적 관점은 인터네트를 통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회로 본다.이들은 인터네트를 단순히 뉴미디어가 아니라 새로운 인간생활의 환경으로 접근한다.특히 정보양식론을 주장하는 마크 포스터는 하버마스의 「공론의 장」 개념과 후 기구조주의 이론을 결합,가상공동체에서 민주주의의 프로젝트를 실현할 조건을찾아내려 하고 있다.
이런 가상공동체는 새로운 인간 개념을 요구한다.현실세계에서 인간은 육체적 존재로서 직업과 같은 현실에 의해 규정된다.이에반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인간은 생각과 마음에 따라 여러가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MIT교수인 세리 터클은 『스크린 위의 삶(Life on the Screen)』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네트가 몸과 정신을 포함한 인격에 미치는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사이버공동체에서는 성과 인종 등의 장벽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그리고 현실세계의 제도와 가치규범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직업과 계급 등 현실 세계의 사회적 제도로부터도 자유롭다.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생각의 교환과 공유만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근거자 바탕이라는 것이다.
바르로의 선언문 마지막 결론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우리는 사이버스페이스에 마음의 문명을 건설할 것이다.사이버스페이스는 이제까지 어떤 정부가 만든 것보다 더 인간적이고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다.』 〈종합유선방송위 연구위원〉 백욱인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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