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미대사 문책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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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표기 변경과 관련해 28일 청와대에선 이태식 주미대사 등 주미대사관 책임론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주미대사관 문책론과 관련해 “정확한 경위부터 알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직무를 게을리 한 점이 있었는지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주미대사관이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방한, 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로 바빴겠지만 이번 문제도 면밀히 챙길 수 있었던 사안 아니냐”고 말했다. 문책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경위 파악이 먼저라는 뉘앙스다.

범위를 좁혀 ‘이태식 대사 문책론’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문책을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이냐를 예단하는 것은 좀 이르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청와대 내 분위기는 이 대사의 경질에 대해 “결국 타이밍의 문제이며,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불가피론이 많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이 대사를 해임할 것 같았던 27일 밤의 강경론 일변도 분위기엔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선 “부시 대통령의 방한 외에도 대미 외교에 산적한 현안들이 있어 대사 교체가 쉽지는 않을 것”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의 기류도 주미대사를 당장 바꿔야 한다는 쪽에서 ‘상황 파악과 독도 표기 원상회복 노력이 우선’이란 쪽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8월 5∼6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는 경질하기가 부담스럽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청와대의 고민은 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적인 교체 주장을 어떻게 타 넘느냐다. 실제로 청와대 안팎에선 “인적 쇄신을 미루다 논란을 키운 쇠고기 파문 때의 전철을 또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런저런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난 게 사실이었으니까 알아봐야지…”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을 감안한 발언이다. 이 때문에 인적 쇄신의 폭과 시기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30일 이후의 ‘외교력 부재(不在)’ 비판 여론 수위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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