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식품 안전성 높이려면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학교급식 하루 700만 명 시대. 2003년부터 전국 1만여 초·중·고교가 예외없이 급식을 실시하게 된 결과다.

학교급식에는 500여 가지의 식재료가 동원된다. 이 중 200여 가지는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식품(잠재적으로 위험한 식품, PHF). 육류·생선·조개류·유제품·계란·두부·콩 등 고단백질 식품이 여기에 속한다. 식중독균·부패균 등 세균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2001년부터 보급한 것이 ‘학교급식 HACCP’. 식재료의 구입부터 배식·설거지에 이르기까지 급식 전 과정에서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를 따르도록 한 것이다. 학교급식을 실시 중인 모든 학교가 HACCP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위해요인은 크게 생물학적·화학적·물리학적 등 세 가지다. 이 중 잔류농약·중금속·환경호르몬·식품첨가물 등 화학적 위해요소는 학교급식 현장에서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다. 학교엔 이들 화학적 위해요소를 검사할 시설·인력·시간이 없어서다. 따라서 HACCP 인증을 받은 업소 등 믿을 만한(승인된) 업체로부터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으로 각종 화학적 위해요소에 대처한다. 학교급식에서 식재료 공급업체의 선정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학교급식 HACCP는 세균(식중독균·부패균 등)·바이러스(노로바이러스 등) 등 생물학적 위해요소의 제거에 집중한다. 전문가들이 학교급식 HACCP의 키워드로 온도·시간을 꼽는 것은 이래서다.

을지대 식품영양과 이원묘 겸임교수는 “세균·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선 가열·냉장 보관 등 온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조리 뒤 2시간 이내에 배식을 마쳐 세균이 증식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시간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학교급식의 중점관리기준(CCP)은 현재 8가지다. 처음엔 12가지였는데 추리고 추렸다. 학교급식 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CCP 8가지만 제대로 지키면 학교급식에서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여기는 전문가가 많다.

서울시 교육청 학교체육급식과 김영미(영양사)씨는 “가장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CCP는 7(운반과 배식)”이며 “조리된 음식 중 뜨거운 것은 뜨겁게, 차가운 것은 차갑게 유지해야 하는데 대다수 학교의 배식기구에 온도 조절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