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풀어보는 건강한 뇌 똑똑한 뇌 ③ 틱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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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째 틱장애를 앓고 있는 구복이(가명·9살). 처음엔 눈을 깜빡거리는 정도였지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소리를 지르고, 운동틱까지 나타날 정도로 상태는 최악이었다. 먼저 부모에게 아이의 약을 끊게 했다. 예상했던 대로 모든 증상이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금단현상으로 메슥거림과 두통을 호소했고, 운동틱으로 온몸이 땀 범벅이 됐다. 1개월을 치료했더니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운동틱은 여전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운동틱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틱이 사라진 3개월째 한약을 끊자 증상은 재발했다. 겁이 더럭 난 아버지가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 “그동안 호전됐던 것이 한약의 힘이었나?”라고. 사실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아버지에게 조금만 인내하면서 운동치료를 계속 도와주라고 권유했다. 1주일이 지나면서 증상은 다시 가라앉았다. 틱 증상은 쌀을 씻을수록 쌀뜨물이 맑아지는 것처럼 치료과정에서도 증상이 오락가락하며 개선되는 특징이 있다.

틱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인 7살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정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가벼운 일시적인 틱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증상이 오래가고, 다양하게 나타날 때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수면장애·행동장애·강박증·학습장애·우울증 등 동반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틱은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아이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틱은 아이의 신경질적인 버릇이나 나쁜 습관이 아니다. 틱은 외부 자극이 대뇌의 기능적 불균형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운동·사고 등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대뇌 아래쪽 기저핵의 기능이 약화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저핵의 기능이 약해지면 감정 및 사고, 운동을 조절하는 변연계나 편도체의 과민반응을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대뇌에서 나오는 정보가 생략되거나 이상이 생겨 조절 불가능한 움직임이나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틱은 근척윤순(근육이 떨리고 입술이 떨리는 증상)의 범주에 들어간다. 뇌의 명령에 따라 순행하는 오장육부의 부조화로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주된 치료는 운동이다. 사고·운동·감정을 조절하는 뇌기능을 강화시키는 회전운동과 큐라이징 운동이 그것이다. 회전운동을 통해 전정신경계와 소뇌의 기능을 올리고, 죄우 뇌의 균형을 맞춘다. 그리고 큐라이징 운동 프로그램은 시·청각 인지강화 훈련을 통해 전두엽과 두정엽을 비롯한 뇌의 전체적인 통합 능력을 키워준다.

틱장애 어린이는 혼내거나 다그쳐선 안 된다.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더불어 틱 증상이 줄면 칭찬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를 자극하는 주변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은 아이의 흥분을 조장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구복이는 치료 5개월에 접어들어 떨어진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하고 있다. 틱 증상으로 손을 놨던 책들을 다시 기초부터 다지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는 훈련이다.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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