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정장엔 단기로 자금 관리

중앙일보

입력

포브스코리아투자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서도 부자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 위험을 타지 않는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가 큰 폭 떨어진 중국과 동유럽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이들도 많다.


하반기엔 어디에 돈을 넣어야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큰손들의 돈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하반기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정희수 하나은행 청담점 PB센터장(이하 정 센터장) : 하반기 주식시장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긴 힘들다고 봅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이슈가 등장하면서 유동자금이 투자를 꺼리고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하반기 호재가 있다면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오일머니가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는 점이죠. 이 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전 세계 증시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최현주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팀장(이하 최 팀장)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반기엔 투자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용 위기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특히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는 하반기 내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제한돼 있고, 중국, 일본 등 신흥국 소비는 늘고 있어 한동안 유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왼쪽부터 정희수 센터장, 최현주 팀장, 김봉효 이사

김봉효 HSBC은행 방배지점 FP(이하 김 이사) : 저는 낙관론자 중 한 명입니다. 과거 20년간 국내 주식 추세를 살펴보면 주가가 일 년 이상 하락한 경우는 몇 번 안 됩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빠지기 시작해 현재까지 약 8개월간 조정을 받아왔습니다. 하반기엔 주식시장이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말 이후 달러 약세를 피해 원유, 곡물 등 상품시장에 몰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하반기 경제 변수로는 고유가 등 인플레이션을 주목하면 될까요. 이밖에 세계 자본시장에 영향을 끼칠 변수는 뭔가요.

정 센터장 : 인플레이션 해결책 방안에 고심 중인 미국 정책도 중요하지만 향후 중국 인플레이션이 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개방 이후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 공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덕분에 세계 경제는 활황 속에서 저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죠. 문제는 점차 중국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예상 물가 상승세는 8%로 2007년 4.8%보다 3.2% 올랐습니다. 향후 중국이 인플레이션 주도 국가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 이사 : 맞습니다. 수년간 중국은 전 세계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계속 그 역할을 할 수 있느냐죠. 이미 중국은 세계 원유 소비 증가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 원유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물가가 오르면 자연히 인건비가 오르고 공산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죠. 소비자 물가가 오름에 따라 국민소득이 늘면 다행이지만 자원부국처럼 소득이 크게 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업도 생산을 줄이면서 소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입니다.

정 센터장 : 하지만 중국 소비 증가는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세계 경제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가 줄어드는데 중국의 소비가 이를 상쇄해 주기 때문이죠.

최 팀장 : 저는 앞부분에서 얘기했듯이 신용경색이 세계 자본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직 시장에 대한 충분한 믿음이 없어 신용위험이 나올 때마다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요즘 나오는 금융상품은 시장 변동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짜여 있는 게 특징입니다.

큰손은 절세 가능한 부동산에 관심

큰손들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하는데 최근에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까.

정 센터장 : 큰손들은 확실히 시장을 예리하게 보더군요.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잠시 회복하기 시작했던 3월 20일 이전인 1월 31일, 2월 17일, 3월 17일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많은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왔습니다. 대부분의 자금은 국내 주식형 펀드와 원자재 펀드에 투자됐습니다. 큰손들은 두세 달만에 10% 이상 수익을 거두고 바로 펀드를 환매했어요. 현재 3월에 투자한 고객 한 분만 돈을 빼지 않고 원자재 펀드에 60억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연말까지 유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계시죠.

최 팀장 : 고객들은 정보에 민감하고 주변 사람이 갖고 있는 상품이 자신에게 없으면 굉장히 속상해 해요. 예를 들어 금값이 오르는데 자신에게 금 관련 상품이 없으면 중간에 꼭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으려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사는 것만큼 파는 것도 잘 한다는 점이죠. 보통은 중국 펀드 수익률이 50%, 100%까지 오르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놔두지만 부자들은 자신의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바로 환매합니다.

6월 이후 큰손들의 투자 관심사는 뭔가요.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있습니까.

정 센터장 : 돈을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상담하는 고객이 많습니다. 단순한 상품 소개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를 원합니다. 펀드는 워낙 투자 정보가 많다 보니 식상해 해요. 최근 저는 해외 부동산을 추천했습니다. 해외 부동산은 1가구 2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절세 효과가 있습니다. 해외 부동산 중 말레이시아를 자세히 알아보고 있어요. 말레이시아는 주택을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외국인 투자가가 주택을 구입할 때 80%까지 대출을 해줍니다. 임대수익률은 약 8%선으로 높은 편이죠. 상담 결과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 직접 말레이시아 시장조사를 다녀올 계획입니다.

▶김봉효 HSBC은행 방배지점 FP

김 이사 : 저희 고객들도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은 매달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을 낼 수 있고 자녀 명의로 구입하면 증여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투자 상품 중 소형 아파트를 권합니다. 최근 전셋값도 많이 올랐고 임차인도 구하기 쉽기 때문이죠. 부자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저 역시 3월에 말레이시아 부동산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왔어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집값은 현재 3.3㎡(1평) 기준 1500만~2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올랐습니다. 계속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죠. 말레이시아 부동산은 매매보다 임대 수익을 목표로 접근하는 게 현명합니다. 대부분의 건물이 신규로 분양돼 바로 팔기가 어렵습니다.

브릭스 등 자원부국 여전히 투자 인기

요즘 부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군요. 현금자산은 어떻게 굴리고 있습니까.

▶최현주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팀장

최 팀장 : 올해는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보다 적정 수익을 냈을 때 빠져 나오는 것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펀드에 가입할 때 세후 수익률 10% 이상을 목표로 3개월간 단기로 투자합니다. 최근엔 조정장을 고려한 상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금융공학펀드죠. 금융공학펀드는 코스피지수가 일정 상승률 이상이면 확정 수익률을 제공합니다. 확정 수익률 중 주식매매 차익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까지 있어 부자들이 선호합니다.

김 이사 : 저희 고객은 5월 이후 자산 이동이 있었어요. 연초 이후 20% 이상 수익률을 거둔 브릭스, 러시아 등 원자재 부국에 투자했던 펀드를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투자 수익은 지난해 11월 대비 주가가 많이 하락한 시장 즉 중국 본토와 동유럽에 투자하는 펀드에 넣었습니다. 중국 본토와 동유럽 주식시장은 각각 50%, 30% 떨어져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가 높기 때문이죠. 동유럽 펀드는 대부분 러시아 비중이 20~60%가량 높기 때문에 최대한 폴란드, 터키 등의 투자 비중이 높고 러시아 비중이 작은 펀드에 넣었습니다.

지금 신규 고객이 현금 10억원을 맡긴다고 가정하고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십시오.

최 팀장 : 주식형펀드 3억원, 대안펀드 4억원, 채권 2억원, 단기금융상품 1억원 등 최대한 자금을 쪼개서 분산투자를 하겠습니다. 자금은 한꺼번에 투자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보면서 분할 매수합니다. 주식형펀드는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홍콩과 투자 호재가 많은 원자재펀드를 권합니다. 대안펀드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금융공학펀드에 투자하고 채권은 이머징마켓채권을 추천합니다. 이머징마켓은 향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 기대감이 높습니다.

▶정희수 하나은행 청담점 PB센터장

정 센터장 : 저는 주식형펀드에 5억원을 투자하고 ELS 등 원금 보장이 가능한 대안펀드에 3억원, 유동성 자산에 2억원을 투자하겠습니다. 투자 유망 지역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중국·인도), EMEA(동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 일본 등 세 곳입니다. 브릭스는 꾸준히 경제 발전을 하는데다 인구나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투자 매력이 높죠. EMEA도 천연자원 수출국입니다. 최근에 석유, 광물 등으로 부를 축적해 인프라 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은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경기 회복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김 이사 : 주식형펀드 5억원, 대안펀드 1억원, 정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 1억원 등 7억원은 현금자산으로 굴리고 나머지 3억원은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겠습니다. 펀드 유망 투자 지역은 앞에서 말했듯이 지난해 11월 대비 주가가 많이 하락한 한국, 중국 본토, 동유럽 등입니다.

진행·정리 염지현 기자·사진 안윤수 기자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