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新 여대야소] 女風의 주인공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번 17대 국회부터는 여성 정치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우선, 비례 대표 56석 중 절반 가량이 여성 몫이어서 약 29명이 자동으로 국회에 진출한다.

게다가 2백43개 지역구에서 10명 안팎이 승리할 전망이다. 전체 의원정수 299명 중13% ,39명 안팎이 원내로 진출하는 것이다. 16대의 경우 여성은 의원정수 273 명 중 16명(5.9%)에 불과했다. 227개 지역구에서 5명,비례대표 46명 중 11명이었다.

특히 지역구의 여성의원이 두배로 늘어난 것은 앞으로의 여성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한나라 김희정

부산 연제구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34.사진)씨는 부산 총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후보끼리 맞대결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한나라당 전국 최연소 여성 당선자이면서 고(故) 박순천(朴順天)여사 이후 50여년 만에 부산 지역의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金당선자는 공천과정에서부터 화제를 뿌렸다. 30대 미혼인 그가 보수적인 당내에서 50대 현역 의원을 공개토론 끝에 누르고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5년 신한국당 공채 4기로 정치에 입문, 공채 출신 여성으로 최초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져 금배지를 달았다.

선거 초반엔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열린우리당 노혜경 후보에 밀려 크게 고전했으나 결국 전세를 역전시켰다.

대로변보다는 골목길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주말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젊은 층 밀집지역을 돌면서 '건전한 보수의 새 싹'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눈과 귀를 활짝 열고 국민을 무서워하는 의원이 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 포부는.

"새로운 정치와 투명한 정치를 하고 싶다. 무엇보다 몸싸움과 막말이 없는 정치 문화를 만들고 싶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친구와 이웃 같은 정치인이 되겠다."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은.

"보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맞벌이가 보편화하고 있는 만큼 여성들이 마음 놓고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영유아 위탁시설 인증제 등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지역 개발은.

"연제구는 급속하게 발달한 곳이라 빈부 격차가 심하다. 낙후 지역을 재개발하고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힘을 쏟겠다."

金당선자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 민노당 최순영씨

"'영애'와 '영식'의 시대가 가고 '공순이' '공돌이'의 시대가 도래함을 목도한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순영(51) 민주노동당 부대표가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崔씨는 1979년 유신정권 붕괴의 서곡을 알린 'YH사태'의 주역이다.

18세 때 강릉에서 상경, 가발공장에 취업했던 그는 하루 15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 노동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

그러나 그가 다니던 YH무역은 사주의 재산 해외도피 등으로 부실해진 끝에 79년 문을 닫았다. 노조위원장이던 崔씨는 노조원들을 이끌고 마포의 신민당사를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은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막을 내렸다. YH사태는 나중에 유신정권이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崔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 뒤 재판도 안 받고 풀려났다.

그는 그 후 노동운동에 투신해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여성부장, 한국여성노동자회 운영위원을 지냈다. 또 우리밀 살리기 운동과 학교급식 조례 추진운동을 주도하는 등 환경.복지로 활동폭을 넓혀왔다.

崔씨는 등원 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모성보호를 강화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막는 등 환노위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 열린우리 한명숙씨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적극 표출해준 지역 주민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 고양 일산 갑 한명숙(韓明淑.60.사진)씨는 5선 의원인 한나라당의 홍사덕(洪思德.61) 전 총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그는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국정안정을 위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승리의 의미는.

"낡은 정치를 새 정치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흐트러진 국정질서를 바로잡고 경제회생에 전력하라는 의미로 본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노인 폄하 발언 이후 어르신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앞으로 노인복지 문제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겠다."

평양 출신으로 정신여고.이화여대 출신인 그는 한국여성민우회장.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여성계의 거물이다.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는 아름다운 가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고양=하현옥 기자

*** 한나라 전재희씨

'당은 열린우리당, 인물은 전재희' 사이에서 고민하던 광명시민들은 결국 '인물'에 손을 들어줬다.

경기 광명을 한나라당 후보 전재희(全在姬.55.사진)씨의 승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 지역은 20, 30대가 유권자의 52%에 달한다. 지난 대선 때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최하위권에 속했었다. 하지만 全씨는 행정고시 합격(1973년), 관선ㆍ민선시장(94.95년 광명시)이 모두 여성 최초라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덕분에 16년 기자생활을 마치고 정치에 입문한 열린우리당 양기대(梁基大.42)후보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다. 피 말리는 접전 끝에 2선 의원이 된 全씨는 "어렵게 시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면서 "거대 여당과 정책으로 승부하도록 야당의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편 김형률(54) 조달청 차장은 "제가 공무원이라 (아내가) 국회의원 안 하는 게 편한데…"라면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후보를 지지해 준 광명 시민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명=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