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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 “외식업 관심 … 방송 복귀 유혹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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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3일 서울 동교동 좋은사람들 본사에서 만난 주병진(49·사진) 회장은 퇴사를 하루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낼 고별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는 1991년 직원 세 명으로 창업, 17년간 경영해온 이 속옷 제조업체를 최근 270억원에 매각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200억원대였다. 좋은사람들은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 이사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주 회장은 “딸을 시집 보내는 부모 심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회사를 왜 팔았나.

“내가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면 떠나겠다고 늘 생각했다. 회사가 작을 때는 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감성 경영이 먹혔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관리 업무가 제품 경쟁보다 더 중요해졌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이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문경영인을 두면 되지 않나.

“시도해봤는데, 내가 계속 욕심을 내고 개입하게 되더라. 소유 지분도 다 정리했다.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생활 신조다. 방송 일도 정상에 있을 때 그만뒀다.”

-나름대로 성공했다.

“디자인·마케팅·홍보에 관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광고 문구에 매일 재미있는 카피를 써 넣고, 직접 팬티를 디자인했다. 흰색 일색이던 속옷 시장에 컬러와 패션 개념을 도입하고, 내의를 선물용품으로 격상시키며 새 시장을 만들어나갔다. 쌍방울·백양·태창 등 빅3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후발 영세업체로 들어와 1등을 했다. 17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어려움은.

“사업 초기에는 개그맨 이미지가 남아 있어 아무리 심각한 얘기를 해도 잘 들어주지 않았다.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을 웃기다가 우습게 알까 봐 무게를 잡아보고,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그 진폭을 줄여나가는 데 4~5년 걸렸다.”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자리인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마치 이종격투기에 나가는 선수와 같다. 직원들은 선수를 응원하는 링 밖 코치나 의료진 입장이다. 열심히 응원하고 박수를 치면서 오너만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은 사생결단 식으로 싸우고,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가장 무거운 짐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두렵고 외로웠다.”

-앞으로 계획은.

“연말까지는 일단 쉬고 외국에 다니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겠다. 도시인이 좋아할 만한 신개념의 외식사업에 관심이 있다.”

-연예계로 복귀할 생각은.

“방송가에서 여러 제안이 온다. 두뇌 회전이 예전 같지 않으니 팬들에게 실망을 줄까 두렵지만, 요즘 방송을 보면 (복귀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낀다. 프로그램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아이도 어른도, 낮에도 밤에도 온통 무례하고 시끄럽고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다양한 장르가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7080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는 것을 보면 클래식 쇼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감각이) 예전보다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다. 속편은 대부분 재미없지 않나.”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인터넷이 헛소문을 생산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허위 보도를 한 매체와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고들 하는데, 남들이 자꾸 불을 땐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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