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시 드러나는 국회의원 후원금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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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동료 시의원들에게 자금을 살포한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이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500만원씩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밝혀졌다. 영수증을 주고받는 후원금은 합법적인 것이다. 하지만 법을 떠나 이번 일은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 중에는 당 중진도 있어 로비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김 의장은 다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에서 동료 시의원들에게 자금을 나눠준 사실도 있다고 한다. 같은 당 소속이라고는 하나 유착의 정도가 순리를 벗어난 것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법인·단체는 후원금을 내지 못한다. 개인은 국회의원 1명에게 연간 500만원까지 낼 수 있다. 300만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은 후원자가 공개된다. 500만원 정도면 후원금을 받는 의원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액수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500만원이면 후원자가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의원에게 부담이 있는 청탁을 할 수 있는 액수라는 시각도 많다. 500만원은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경우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가 의원 1인당 평균 10~20명 정도 된다. 의원 입장에선 소수다액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후원 제도는 소액다수의 방향으로 가야 로비성이 줄어들고 유권자의 정치참여에도 더 맞다.

액수도 액수지만 편법도 문제다. 일부 기업은 회사 명의로 낼 수 없으니 임원들에게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내도록 한다. 예를 들어 4명의 임원이 500만원씩을 내면 2000만원이다. 이는 의원에게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다. 지방선거 공천을 받기를 원하는 정치 지망생들은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한도를 꽉 채우는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수백만원의 후원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당내 역학관계나 계파관리 또는 정치적 유착 등과 관련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수의 일반 유권자가 순수한 의도로 국회의원을 지원하자는 취지를 살리도록 후원 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