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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주한 외국인이 본 4·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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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태미 오버비 주한 미商議 부회장

▶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 서울지국장

▶ 돈 커크 전 IHT 특파원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를 보는 눈은 의외로 날카롭다. 4.15 총선을 바라보는 주한 외국인들의 견해를 소개한다.

우선 긍정적인 견해다. "선거 풍토가 한결 깨끗해졌다. 친분 있는 한 재벌 총수로부터 '과거에는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자들이 끊임없이 전화해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전화가 한통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이번 총선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한국 역사상 가장 깨끗한 선거라는 점이다. 세대교체와 함께 여성들이 대거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앤디 새먼 워싱턴 타임스 특파원) "대통령 탄핵을 포함한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은 고속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처럼 정치도 고속개혁을 이루겠다는 한국인의 성급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 또한 정치발전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이뤄지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고 싶다."(다마키 다다시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젊은이들의 정치참여가 두드러진 것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미국과는 딴판이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인 것 같다. 젊은층의 정치 참여는 긍정적이다."(오버비)

부정적인 측면도 꼬집었다. "선거의 핵심인 정책이 실종됐고, 정당들이 '무릎 꿇기' 등 구태의연한 유세를 되풀이하는 점이 거슬렸다."(새먼)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가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 걱정된다. TV는 대단히 감정적인 매체다. TV가 전하는 이미지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폴러첸)

"한국정치가 너무 중앙집권적이라서 그런지 지역구와 상관없는 낙하산 후보가 많다. 선거법 규제가 너무 심해 지역주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됐다. 그 결과 권력지향적인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만 부각됐다. 최고 5000만원까지 포상하는 불법선거운동신고 포상금 제도도 문제다. 국민 간의 상호 감시를 부추겨 인간과 정치에 대한 불신을 낳게 한 '부끄러운 법'이다. 각당 대표들의 생각만 부각됐을 뿐 정작 후보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마치 대통령선거의 대리전 같다. TV의 간접적인 선거개입도 심해졌다."(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외국인들은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 걸린 정치적 무게가 각별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호남과 충청도 지역에서 기존의 지역주의 등을 무시한 선거양상을 보이고 있다."(다마키)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정계로 완전 복귀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탄핵한 한나라당을 겨냥한 '마녀사냥'을 벌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기적적으로 상당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우리는 또 다른 대규모 시위사태를 목격할 수도 있다."(돈 커크 전 IHT 특파원) 그러나 전체적으로 한국의 정치나 선거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은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자체가 본질적으로 혼란스러운 요소가 있다. 그러나 혼란을 통해 개선된 민주주의로 나갈 수 있다면 평화로운 남북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폴러첸)

최원기.박소영.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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