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산, 부자 도시 되니 문화·환경도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울산을 1인당 지역총생산(GRDP) 4만 달러가 넘는 부자 도시로 끌어올린 것은 기업의 힘이다. 굴지의 기업들이 엄청난 일자리와 봉급을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에는 1800여 개 제조업체에 15만여 개의 일자리가 있다. 이들 근로자의 평균급여(2006년 기준)는 4327만9000원. 서울·부산 등 전국 7대 도시 제조업체 종사자의 평균치(2594만4000원)의 2배에 가깝다.

이 가운데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4대 기업체의 경우 지난해 SK에너지는 2900여 명의 울산지역 임직원들에게 평균 1억여원(세전 기준, 성과급 포함, 자녀학자금 제외)씩의 연봉을 지급했다. 에쓰오일은 1460여 명에게 8900만원, 현대중공업은 2만5800여 명에게 6700만원, 현대차 울산공장은 2만6800여 명에게 62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만 합쳐도 연봉 6200만원 이상 고소득 근로자가 6만 명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울산에는 ‘기업사랑’이란 이름이 붙은 기념일·이벤트가 유달리 많다. 울산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을 격려하기 위해 화학의 날(3월 22일), 자동차의 날(5월 12일), 조선의 날(6월 28일)을 정해 전후 3~4일씩 갖가지 축제를 연다. 연태경 현대차 홍보부장은 “민관을 막론하고 울산처럼 끊임없이 기업을 떠받드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곳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경제적 풍요는 문화적 여유로 이어진다. 울산은 지방에 앉아서 수준 높은 공연을 빠짐없이, 싸게 감상할 수 있는 드문 지방 도시다. 1998년 설립된 현대예술관이 세계적인 명성의 공연·전시회를 빠짐없이 유치해 오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 목소리의 마술사 바비 맥퍼린, 소프라노 홍혜경 리사이틀, 뮤지컬 시카고와 맨오브라만차 등이 공연했다.

울산에서 골프는 더 이상 사치운동이 아니다. S사 현장근로자 이모(39)씨는 “연봉이 6000만원을 넘고 특근 한 번이면 25만원쯤 받는데 한 달에 두세 번 골프를 즐길 여유가 없겠느냐”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도 골프 얘기에 끼지 못하면 왕따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울산 시내를 흐르는 태화강은 90년대 말까지도 철없는 어린이가 멱감으러 뛰어들다 피부병에 걸리고 물고기가 떼죽음하던 곳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해마다 이곳에선 전국수영대회가 열린다. 97년까지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6급수이던 수질은 2005년 2급수로, 지난해엔 1급수로 맑아졌다.

공기도 깨끗해졌다. 86년 공단에서 1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97년 환경부의 대기오염기준치(아황산가스 농도 0.02ppm)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해부턴 그 절반인 0.01ppm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투입된 환경개선 비용만 기업체 4조5000억원, 울산시 5000억원 등 총 5조원이 넘는다.

울산대 김복만(산업정보경영공학)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친기업’이란 단어가 매도의 대상이었는데도 울산시와 시민들이 야합·유착 의혹까지 받으며 기업을 위해 뛰어다닌 것은 기업과 도시의 상생관계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J-HOT]

▶ 안경률 "정권 창출 도운 사람 대우해 주는건 불가피"

▶ 일본 찍소리 못하게 만들 독도 사진 한컷

▶ 독두꺼비 천적 '킬백뱀',오히려 먹히는 장면

▶ '하룻밤'뒤 아차차! 中미녀 요원에 낚였다

▶ '조선족 엑소더스' 틈타 한족들로 북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