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싫다고 국방개혁 거꾸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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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는데도 올 상반기 실시 예정이었던 독도 수호훈련이 고유가에 따른 훈련 축소와 전력 부족 때문에 취소됐다고 한다. 하반기에 두 차례 훈련 실시로 보완할 예정이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현 국방 당국의 안이한 위협 인식과 해·공군 중심 훈련에 대한 경시 때문에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국방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왜냐하면 ‘선진 국방’에 역행하는 징후가 도처에서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국방의 핵심은 군 구조 개편과 전력 증강에 있다. 병력 중심의 양적 군사력을 전력 위주의 질적 군사력으로 전환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력 증강을 모색하는 것이 선진 국방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상군 중심의 기존 군 구조의 틀을 벗어나 육·해·공 3군의 균형 발전을 모색하고, C4I와 정찰, 감시 자산 등 미래전과 한·미 동맹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전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군 구조의 선진화는 더 요원해지는 것 같다. 참여정부는 필요전력을 확보한 이후에 병력 규모와 군 구조를 조정해 나간다는 ‘선 전력 증강, 후 군 구조 개편’의 국방개혁을 모색해 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전력 증강 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군 균형 발전은 물론 2020년까지 지상군 병력 18만명을 감축한다는 국방개혁 2020의 병력 규모 조정 목표도 재조정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는 2025년 또는 2030년까지도 중국·인도 등과 같은 병력집약적 후진형 군 구조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증강 정책 역시 문제시된다. 전력 증강에 있어서는 기반전력, 첨단 타격전력, 그리고 억제전력 간 균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와서 육군 중심의 기초·기반 전력의 증강에 더 큰 역점이 주어지고 있는 듯하다. 기갑·보병 중심의 육군 전력 증강에 치중하는 반면, 정보자주화를 위한 글로벌호크 도입 등 해·공군의 핵심 전력 획득이 재검토 또는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력 증강의 우선순위 설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참여정부가 애써 추진해 온 ‘군의 문민화’ 작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의 문민화는 단순히 과거 군사정권의 잔재에서 탈피하겠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국방 행정, 정책 라인상 특정 군의 독점 현상과 그에 따른 정책 운영, 국방 경영상의 각종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현 국방 당국은 2009년까지 국방부 직위의 70% 이상을 현역 군인이 아닌 공무원으로 채우도록 한 국방개혁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에 현역 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군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정책 수립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문민화 비율 70%라는 경직된 목표 설정이 문제시될 수는 있지만 현역 중심의 인사 충원은 현 국방부를 ‘도로 국방부’로 환원시킬 가능성이 크다.

방위사업청 개편 구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원래 방사청은 군과 국방부에 산재해 있던 각종 획득업무체계를 한곳으로 모아 획득업무의 체계화·효율화를 모색하고 획득과 관련된 각종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제도적 장치다. 2006년 1월 설립 이후 방사청은 무기획득 비리 근절, 방산 수출 확대, 획득 업무 합리화 등에서 커다란 성과를 보여 왔다. 그런데 국방부가 방사청을 국방부 산하의 ‘방위사업본부’로 흡수하거나 아니면 중기계획 수립, 예산 편성 등 방사청의 주요 핵심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시키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인수위까지도 그 유용성을 인정, 존속을 결정했는데 정책 조정상의 불편을 이유로 방사청을 해체 또는 개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역시 국방부 ‘세 불리기’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 밖에도 현 국방 당국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 허용과 군 검찰관의 독립 등 선진 국방의 핵심이 되는 사안들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참여정부 정책이 싫다고 해도 국방 정책을 거꾸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선진 국방을 위한 개혁을 국방부에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문정인 교수 연세대·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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