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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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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과거를 부정하면서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등장 자체를 거부하는 시각은 교정돼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정당했습니다.”

대한민국과 같은 해 태어난 ‘건국둥이’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감회가 남다르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건국이 되던 해에 태어나 그런지 대한민국을 너무 심하게 비판하는 것은 싫다”며 “지난 60년간 영욕이 함께 있었지만, 크게 봐서 성공한 역사라고 본다. 성공한 다른 나라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한국박물관협회 김종규 명예회장도 “해방 이후 60년간 압축적으로 고도 성장한 대한민국의 역사는 세계사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라며 “대한민국의 역동적 경험과 변화를 담아낼 역사박물관 건립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한국처럼 단기간에 많은 변화와 경험을 한 나라가 있을까, 단군 이래 한반도에서 이렇게 잘살아 본 적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짚신·나막신·고무신을 신거나 아니면 아예 맨발로 살던 가난했던 세대, 그리고 이탈리아제 최신 유행 구두를 신는 풍요로운 신세대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진진한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돌이다. 제헌국회와 건국헌법, 국군 창설 등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모든 핵심적 시스템이 다 환갑을 맞는다. 역사상 첫 근대적 국민 국가의 탄생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60년의 숨 가쁜 역사는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드문 성공 케이스로 평가된다. 그 60년간 우리가 겪은 변화와 경험의 총체를 담아 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가칭)의 건립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역대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자’고 제안해 왔다. 그 연장에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속에 역대 대통령실을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콘텐트다. 이데올로기 갈등과 관련된 각종 ‘뜨거운 감자’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우리 현대사는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의 경우와도 다르다. 동독과 서독은 1960년대부터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하며 통일을 예고해 왔지만 우리는 극단적으로 서로를 부정해 왔다. 우리는 먼저 대한민국의 역사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확립하지 않고는 상대방의 정체성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제 대국 10위권’이란 구호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필요하다. 힘 없는 나라의 운명이 어떠했는지, 가난한 나라의 슬픔이 무엇인지를 60년 전의 삶을 통해 느끼며 오늘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를 침략한 일본은 전쟁 도발의 책임을 털고 유엔상임이사국을 요구할 정도로 컸다. 일본 교과서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지워 나가고,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것은 침략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가 20세기 전반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역사를 배워야 한다.

중앙일보가 연재할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년-살아 있는 건국史(1945∼50)’는 이 같은 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한 기획물이다. 정부 수립 초기의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 그리고 경제적 풍요를 가져온 역사적 주춧돌이 어떤 과정을 거쳐 놓였는지 되돌아본다.

◇특별취재팀=배영대·원낙연·임장혁 기자

◇도움말 주신 분=기광서 조선대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 유영익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 차상철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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