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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쇠파이프 폭력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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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일 밤 촛불집회를 마치고 종로 일대를 돌며 가두행진을 벌이던 시위대가 안국역 부근에서 쇠파이프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1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쇠파이프로 경찰버스를 훼손하는 폭력 행위가 다시 나타났다. 쇠파이프가 등장한 것은 ‘시가전’을 방불케 했던 지난달 28일 시위 이후 처음이다.

제헌절 60주년을 맞은 이날 오후 8시부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청계광장에서 시위가 열렸다. 대책회의는 이날을 ‘집중 촛불집회’로 계획했으나 3500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2만 명 주장)이 참가했다. 시위대 중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연 전국공공운수연맹 조합원 1000여 명이 포함됐다.

경찰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원천봉쇄하자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연 시위대는 오후 9시30분쯤 도로를 점거하고 종로 등으로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이들 중 2000여 명은 일본대사관 앞으로 가 ‘이명박은 물러가라’ ‘독도는 놔두고 이명박을 데려가라’ ‘국민이 주인이다. 독도를 수호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10시30분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 20여 명이 광화문 방향 왕복 8차로를 가로막고 있던 경찰버스를 향해 쇠파이프를 들고 다가갔다. 이들은 쇠파이프로 경찰버스 네 대의 쇠창살을 뜯어내고 유리창을 때려 부쉈다. 일부는 버스에 밧줄을 매달아 당기기도 했다.

20대로 보이는 복면 시위대는 폭력 행위를 말리는 민변 소속 변호사를 오히려 뒤로 밀어내고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일부는 “비폭력을 하려는 사람들은 뒤로 빠져 있으라”고 외치기도 했다. 경찰이 살수차 2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뿌리면서 양측의 격렬 대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시위 현장에서 복면을 한 극소수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망치 등을 들고 선두에 나설 경우 폭력 시위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달 28일 이후 이들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폭력 양상도 사라졌었다. 이들 폭력 시위대는 비폭력 시위를 하자는 종교단체 등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 “그러려면 무엇 하러 시위에 나서느냐”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날도 이들은 서로 인원을 체크하는 등 조직화된 모습을 보였다. 폭력 행위를 이끈 시위대 주변에는 ‘북부대련’ ‘다함께’ 등의 깃발이 보였다. 오후 11시 30분쯤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30대 남자 1명이 시위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집회에 앞서 대책회의는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주권 선언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문을 통해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는 헌법 36조 ‘국민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와 헌법 10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조계사에 있는 대책회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협의 중”이라며 “조계사 측과 경내에 들어가는 것만 협의하면 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글=이충형·이진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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