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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대중문화현장>홍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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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홍콩하면 으레 쇼핑 또는 식도락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그만큼 홍콩은 세계적인 쇼핑도시이자 식도락의 천국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홍콩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산업이있다. 바로 영화산업이다.홍콩영화는 흔히 한국에서 저질영화로 통하기도 한다.
제작비를 적게 들였다는 뜻인가,아니면 질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인가.아무래도 「클래식」으로 분류해주긴 거북한 싸구려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영화는 할리우드영화와 함께 한국 외화시장의 쌍벽을 이루며 오히려 한국에서의 인기가 홍콩내 인기를 능가,한국시장만을 겨냥한 홍콩영화가 따로 제작될 정도로 한국의 젊은층을 열광시키고 있다.
홍콩영화가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는 길다.
60년대 후진첸(胡金銓)감독의 『용문객잔』과 장처(張徹)감독의 외팔이 시리즈에 이어 70년대초엔 세계적 쿵푸스타 리샤오룽(李小龍.브루스 리)의 네 작품이 대히트를 쳤다.
한국의 30~40대는 3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李가 보여줬던 땀으로 번들거리는 사실적인 쿵푸와 그의 독특한 무기인 쌍절봉,그리고 『정무문』『당산대형』『맹룡과강』『용쟁호투』 네 작품을 기억한다.
80년대엔 리샤오룽에 이어 골든 하베스트(嘉禾)사의 두번째 영웅인 재키 찬(成龍)의 쿵푸 코미디 『취권』바람이 불었으며 이어 훙진바오(洪金寶)의 귀신물도 큰 인기를 누렸다.
80년대 후반엔 저우런파(周潤發)의 『영웅본색』으로 대표되는홍콩누아르가 한국을 강타,젊은층에선 저우런파가 입었던 긴 코트가 한국의 겨울을 누비는 유행의상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또 『촉산』 『천녀유혼』에서 꽃피기 시작한 무협과 귀신의 합작품인 SFX물들이 흥행에 성공,대만 농구선수출신인 왕주셴(王祖賢)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리우더화(劉德華).린칭샤(林靑霞)또한 절대 인기를 누렸다.
『황비홍』의 경우 수입가가 1백50만달러까지 치솟았는가 하면최근엔 할리우드 본토인 미국에까지 상륙했다.또 지난 23일부터미국의 7백개 영화관에선 재키 찬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싸구려.저질이란 평가와 다르게 홍콩영화는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는 것이다.
무슨 까닭일까.홍콩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홍콩최대의 영화사로 70년 설립돼 리샤오룽과 재키 찬등을 배출한 골든 하베스트사를 찾았다.
홍콩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진 해머 힐 로드에 자리잡고 있는 이 회사는 스타들의 산실로 번쩍거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초라한외관이었다.전철을 이용할 경우 다이아몬드 힐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불과 5~10분 거리로 홍콩 영화팬이라 면 한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나 먼저 할리우드식의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 홍콩영화의 성공비결이 숨어있기도 하다.
『우리는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 각오가 돼있습니다.』골든 하베스트사의 영화배급 매니저인 펑장궤이(彭長貴)의 말이다.
홍콩영화는 열악한 시설과 자본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같은 홍콩영화인들의 철저한 프로정신에 의해 흥행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다.홍콩영화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카메라 조작,서구로부터대사까지 빌려오는 과감함을 보였다.변화하는 관객 의 취향을 충족키 위해선 무엇이든 한다는 각오다.
『한국영화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영화가 사랑.이별.눈물등에 큰 비중을 두는 패턴을 오래 유지한데 비해 홍콩영화는 관객취향에 맞춰 계속 새 것을 추구한 노력의 대가입니다.』쿵푸.코미디.귀신.공상과학.사랑.우정.눈물과 환희등 갖가지 장르를 시험했으며 특히 수천년 중국역사에서 찾아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재에 첨단의 서양식 기술을 접목시켜 홍콩화하는 재능으로 홍콩영화는 일어섰다.그러나 93년부터는 『 주라기공원』에 밀린 것을 계기로 2년넘게 고전하고 있다.
『비디오와 가라오케등 이젠 관객들이 영화를 대체해 즐길 수 있는게 많아졌어요.또 관객들의 기대욕구도 훨씬 커졌고요.』 즉영화대체 오락산업의 발달과 제작수준이 관객 욕구에 못미치는게 최근 침체의 원인이란 지적이다.
이에따라 최근의 홍콩영화는 한가지 장르에서 다양한 장르가 뒤섞이는 복합장르로,과거와 달리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물제작등으로 바뀌는 추세라는게 彭의 설명이다.
얼마전까진 드라마가 있는 액션을 시도했는데 이젠 액션의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
즉 액션물에 코미디를 섞는 동시에 사랑과 눈물,공상과학적 요소들을 모두 배합시킨다.
또 올해 설을 겨냥,개봉된 재키 찬 주연의 『간단임무(폴리스스토리 4)』는 제작비가 무려 1천5백만달러(약 1백20억원)가 들어간 거작으로 대형화되는 홍콩영화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97년 중국으로의 반환이란 「97변수」에도 불구하고 홍콩영화계는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중국보다 분명 기술상 우위에 있는데다 영화소재 또한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암운이 드리웠다고까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
彭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관객의 욕구에 부응하느냐 못하느냐」로 이것이 승패의 갈림길이라고 단언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열리는 회사의 「관객취향에 맞는 영화만들기 회의」참석차 총총히자리를 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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