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학의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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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의 역사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그러나 「근대적 대학(modern university)」의 역사는 불과 1백년 남짓이다.하버드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쓴 「아카데믹 혁명」에 따르면 박사학위인 「Ph.D.」는 1861년 예일대에서 처음 수여됐다.20세기 이전의 고등교육은 종교적 신조로 설립돼 학부(學部)교육에만 주력하는 보수적 단과대학(college)이주류였다.
존스 홉킨스와 클라크가 대학원위주 대학을 설립하면서 돌파구를열었다.1890년대 시카고와 컬럼비아가 뒤를 따르고 학문별로 독립학과들이 생겨났다.의학과 법률학은 대학원과정으로 지목되고 존스 홉킨스가 메디컬 스쿨을,하버드가 로 스쿨을 주도했다.명문대학일수록 학부때 전공을 중요시하지 않는 전통도 여기서 유래한다.전공분야 학문은 대학원이 그 도장(道場)이다.
대학은 공부벌레가 아닌 그 사회의 재목(材木)들을 길러내는 곳이다.강의실의 강의 못지 않게 캠퍼스생활이 중요하다.머리 좋은 공부벌레들만 캠퍼스에 모아놓을 경우 그 캠퍼스는 따분하고 숨이 막힌다.일류대학일수록 공부만 잘한다고 뽑아주 진 않는다.
성적은 못미쳐도 연극이나 음악.문예.스포츠 등 각 분야에 기발한 특기가 있는 학생들을 골고루 뽑아 「캠퍼스 라이프」를 조성해준다.자유분방함 속에 창의와 혁신은 싹튼다.도서관에서 국가고시나 입사시험 문제집으로 씨름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처지가 딱하다. 경쟁의 시대에 그 사회 경쟁력의 원천은 대학이다.그러나 변화의 시대에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 우리의 대학들이다.체질화된 봉건적 문화때문이다.
교수임용과 발탁에 경쟁이 없고 봉건도제(徒弟)적 학연과 인연이 좌우한다.학과별 이기주의에다 학문적 보호주의가 경쟁을 차단한다.학문연구및 후학(後學)지도보다 총장이나 장관 등 사회적 입신에 열을 올린다.연구시간을 빼앗긴다고 총장직을 사양해 총장구하는데 애를 먹는 대학선진국들과는 딴판이다.대학개혁에 행정체계개혁은 부차적이다.교수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개혁하고,연구분위기와 학문적 경쟁풍토를 주도해나가느냐가 핵심이다.
봉건문화와 「텃세(tenured)독재」가 건재하는한 연구중심의 대학원체제는 「세계속의 서울대」는 커녕 우물안 속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을 결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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