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 … 충북 산골마을 목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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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4일 오후 1시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영동소방서 급수지원 차량이 마을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했다. 이날 장계리에 공급한 물의 양은 2400ℓ. 주민들은 당장 먹을 물이 부족해 최근들어 매일 급수지원을 받는 등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인근 율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마을은 지난 달 중순 식수·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간이상수도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계곡을 막아 지하수를 뽑아 올려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폭염 속 가뭄으로 메마를 수원을 채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처럼 최근 마른장마가 계속되는 가운데 충북 옥천·영동·단양·제천지역에 가뭄으로 비상급수를 하는 등 식수난이 빚어지고 있다. 안내면 율티리 전재상(50) 이장은 “바닥을 드러낸 상수도 물탱크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급수차의 지원을 받아도 늘 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 이장은 “내일(16일) 중부지역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요즘 기상청 예보를 믿을 수가 없다”며 “그나마 장맛비라도 내려주면 식수난이 조금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충북소방본부 산하 일선 시·군 소방서에서는 5차례의 급수지원을 했다. 제천시 백운면 방학리에 6500ℓ, 영동군 영동읍 매천리에 8400ℓ,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에 2800ℓ, 단양군 단성면 외중방리에 5600ℓ다. 하지만 급수지원에 한계가 있어 군청과 소방서에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영동·옥천군 등을 관할하는 영동소방서는 최근 한 달간 소방차로 물을 공급해준 곳이 4개 마을에 달한다. 보은군 산간지역 급수요청도 크게 늘어 보은읍 수정리, 탄부면 대양리 등도 소방차 급수지원을 받은 지 한달 여가 됐다. 충북 동북부지역인 제천도 물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천소방서 관할 5개 119안전센터와 13개 지역소방대는 지난 달부터 최근까지 적게는 하루 두 차례, 많게는 네 차례 이상 6t 또는 2.8t 물탱크가 설치된 소방차를 이용해 관할지역 마을에 긴급 급수지원을 하고 있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수 지원 요청이 폭주한다”며 “산간 마을의 식수난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8개 소방서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실시한 급수 지원은 모두 109건에 67만8400ℓ로 하루 평균 1만5700ℓ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식수가 94건 58만200ℓ로 전체 급수 지원의 84%를 차지했다. 생활용수 3만9100ℓ, 토사세척 1만5600ℓ, 축사용수 1만8400ℓ로 적지 않은 양이다. 이 같은 가뭄 지속으로 충북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전국 최저를 기록, 심각한 용수난도 우려된다. 한국농촌공사 따르면 13일 현재 도내 186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량은 46.4%로 유효저수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4.7%와 평년 평균 73.9%에 턱없이못 미치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다행히 농촌지역 용수 사용량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논에 물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라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그러나 가뭄이 계속된다면 이달 말부터는 심각한 용수공급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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