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약이야기] 당뇨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당뇨병 약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남아 있다. 가는 모래·푸른 납·흙·밀가루를 물에 섞은 뒤 걸러낸 것을 나흘간 먹으라는 처방이었다. 16세기 의사 파라셀루스는 당뇨병엔 달콤한 술이 최고라고 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당뇨병 약 1호는 1921년 캐나다의 의사 프레데릭 밴팅이 췌장에서 분리한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당뇨병은 1형(소아형)과 2형(성인형)으로 나뉜다. 1형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다.

2형은 몸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긴 하지만 양이 부족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인슐린 저항성이 높다) 상태. 간에서 포도당이 과다 생성되는 것이 세 번째 원인이다.

2형으로 진단되면 식사·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요법이 시작된다.

대한당뇨병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5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70%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만 복용 중이다. 10%는 인슐린과 혈당강하제를, 4.1%는 인슐린에만 의존한다.

허다한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 어떤 약을 써야 할까. 미국당뇨병학회와 유럽당뇨병학회가 공동으로 2006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해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형 당뇨병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권장되는 첫 번째 약은 메트포르민(성분명, 상품명은 글루세라·다이아벡스 등)이다. 이 약은 90년대부터 사용해온 경구약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간에서 포도당이 과잉 생성하는 것을 막아준다(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 가격이 저렴하고 당화혈색소를 1.5∼2% 낮춘다.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이나 당화혈색소를 잡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2단계에선 인슐린(주사약)·설포닐 우레아(성분명, 경구약)·치아졸리딘디온(TZD, 성분명, 경구약) 등 세 가지 약 중 하나가 추가된다. 셋 중 인슐린은 가장 효과가 뛰어나고, 설포닐 우레아는 제일 값이 싸며, TZD는 저혈당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작다.

설포닐 우레아(상품명 다오닐·글리클라지드·아마릴 등)는 인슐린 분비 촉진제다. 시판된 지 꽤 오래됐지만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뛰어나 요즘도 경쟁력이 있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5년 이내이고 너무 비만하지 않은 환자에게 알맞다.

TZD(상품명 아반디아·액토스)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춘다. 아울러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중성지방을 낮춰준다(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최문기 교수).

인슐린은 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소중한 약이다. 이약 저약 복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인슐린이 대안이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10.5% 이상이면 인슐린을 우선 쓴다.

인슐린은 피하·정맥·근육 주사 등 주사약이다. 입으로 먹으면 위장관에서 금세 분해되기 때문이다. 스프레이 형태의 인슐린이나 피부에 붙이는 인슐린 패치 등이 연구되고 있지만 효과의 지속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아직 당뇨병 치료에 쓰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당뇨병 약으론 DPP-Ⅵ 억제제(상품명 자누비아·가부스)가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GLP-1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생성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이 GLP-1은 DPP-Ⅵ라는 효소에 의해 곧 분해되는데 DPP-Ⅵ 억제제를 사용하면 GLP-1이 살아남아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는 원리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