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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주식회사의 브랜드는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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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5년에 이어 최근 다시 인터넷을 달군 ‘대통령과 밥솥 시리즈’ 종합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서 돈을 빌려 가마솥 하나를 장만했으나 밥 지을 쌀이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어렵사리 농사지어 밥을 해놓았으나 정작 본인은 맛도 못 봤다. 최규하 대통령은 이 밥을 먹으려고 솥뚜껑을 열다 손만 뎄다. 그 밥을 전두환 대통령이 일가를 불러다 깨끗이 비웠다. 남은 게 누룽지밖에 없는 걸 안 노태우 대통령은 물을 부어 혼자 다 퍼먹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그래도 남은 게 없나 닥닥 긁다가 솥에 구멍이 나자 엿 바꿔 먹었다. 빈손으로 시작한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이 모아준 금과 신용카드 빚으로 미국(IMF)에서 전기밥솥 하나를 사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110V용인 미제 밥솥을 220V ‘코드’에 잘못 끼워 홀랑 태워먹고는 “코드가 안 맞다”고 불평했다. 밥짓기의 달인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은? 고장 난 전기밥솥을 고칠 줄 알았더니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부채질하는 중이란다.

밥솥은 최신식으로 진화했는데, 박 대통령 시절 가마솥에 장작불 때던 방식으로 밥을 짓겠다니 국민은 속이 탄다. 개그 프로그램의 달인 시리즈는 재미있지만, 현실에선 입맛만 쓸 뿐이다. 다행히 주식으로 치면 이명박 주는 상장한 지 100일밖에 안 된 ‘새내기’ 주다. 주가를 만회할 시간이 아직은 많이 남았다.

바닥까지 떨어진 주가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에게 조언을 구해 보자. 버핏이 종목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시장점유율과 브랜드파워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브랜드파워가 강한 회사는 경기 바람을 잘 안 탄다. 불경기가 오면 군소업체부터 나가떨어져 시장 1위의 입지는 더 강해진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불경기에도 삼성전자만 흑자를 낸 건 이 때문이다.

한데 이명박 주식회사는 거꾸로 갔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48.7%라는 득표율이 시장점유율인 걸로 착각한 탓이다. 경쟁회사를 인수합병(M&A)해도 부족할 판에, 집안 식구까지 뛰쳐나가 딴살림을 차리게 만들었으니 시장점유율이 곤두박질한 건 당연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나자 시장점유율이 10%대로 추락했다. 뒤늦게 딴살림 차린 식구까지 불러들였지만 소비자의 마음은 이미 떠난 뒤다. 행여 국회 의석수가 시장점유율이라고 착각한다면 광화문 네거리에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켜질 수 있다.

이명박 주는 브랜드파워도 떨어진다. 뭐 하는 회사인지 분명치가 않다. 박정희 정부는 ‘잘살아 보세’, 전두환 정부는 ‘한 자릿수 물가’, 김대중 정부는 ‘개혁과 햇볕’, 노무현 정부는 ‘균형발전’이라는 강한 브랜드가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수도 이전이니, 혁신도시니, 종합부동산세니 하는 상품을 균형발전이란 브랜드로 통합해 재미를 봤다. 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에 가로막혀 좌초했어도 정권이 흔들리지 않은 건 ‘다 같이 잘살자’는 강한 브랜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주식회사의 브랜드는 뭔지 잘 모르겠다. ‘한반도 대운하’나 ‘7·4·7(7% 성장으로 4만 달러 국민소득 달성해 세계 7위 경제대국이 되자)’은 상품이지 브랜드가 아니다. 대운하와 7% 성장이 현실의 벽에 부닥쳐 불발하자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성장이 최우선이라며 환율을 끌어올리다 국제유가가 뛰자 이번엔 거꾸로 달리고 있으니 뭐가 뭔지 헷갈린다. 듣기 좋게 말해서 ‘실용정부’지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영혼이 없는 정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주식시장에서 꼼수는 잠깐 통할 수 있어도 결코 오래 못 간다. 주가를 띄우고 싶다면 정면돌파가 정답이다. 이명박 주식회사의 브랜드가 뭔지 국민 앞에 분명히 드러내고 시장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언제까지 실용이란 커튼 뒤에 숨어 있을 것인가.

정경민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