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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을 세련되게 입는 방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호 14면

1, 3, 4 화이트 컬러만을 이용해 스타일링할 때 서로 다른 소재의 특별한 느낌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2 통이 넓은 화이트 와이드 팬츠로 해변에서 충분히 드레시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5, 6 화이트 스타일링 법칙 첫 번째는 비비드한 컬러 포인트를 활용하는 것

‘화이트’는 참 특별한 존재입니다. 화사한 컬러가 꽃밭처럼 어우러지는 강렬한 프린트가 최첨단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화이트의 세련됨과 정갈함, 그것이 빚어내는 아우라를 당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모든 색을 덜어내고 남은 원래의 존재, 그 순수한 존재가 갖는 품위를 ‘화이트’에서 느낄 수 있어 저는 늘 화이트를 사랑합니다.

화이트 컬러는 마치 조선시대의 백자처럼 품위가 있습니다. 아무런 장식이 없어도 아름다운 백자처럼 캘빈 클라인의 화이트 원피스는 미니멀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며 우리를 가장 드레시한 여인으로 변신시켜 줍니다. 단지 한 피스의 옷일 뿐인데 입은 사람의 태도조차 바꿔 버릴 힘을 가진 거죠. 이런 원피스를 입고도 정숙하고 세련된 태도를 가지지 못할 여인이라면 ‘돼지 목의 진주’인 거죠.

하지만 현실은 현실. 바쁜 우리가 늘 우아하게 살 수만은 없는 일이죠. 이럴 때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시원하게 연출해야겠죠. 화이트가 주는 정갈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을 즐기려면 다양한 소재를 믹스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데님 소재 흰 반바지에 얇고 하늘거리는 스타일의 블라우스를 매치할 때 레이스 장식의 톱을 이너 웨어로 선택하면 멋진 룩이 완성되지요.

약간 딱딱해 보이는 소재와 얇고 하늘거리는 소재는 같은 화이트라도 아주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이 스타일의 응용으로 하늘거리고 여성스러운 화이트 원피스에 딱딱한 스타일의 베스트를 입는다든지, 얇은 파시미나를 목에 둘러주어도 좋습니다.

예전 잡지사에 근무할 때 직통으로 오는 에어컨 바람을 피하기 위해 흰 파시미나를 두르고 있다가 “멋 부리다 쪄 죽겠다”는 남자 직원들의 비웃음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한 귀로 듣고 열 귀로 흘려 버렸습니다. 제 목이 따뜻하고 더군다나 멋지기까지 하다면 패션 문외한들이 하는 소리는 무시할 수밖에요. 요즘처럼 지하철·버스까지 에어컨이 잘 가동되는 때에는 가방 안에 얇은 화이트 파시미나를 넣어 다니는 것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화이트는 어느 소재, 어느 색상과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성품의 컬러입니다. 그래서 저는 화이트 셔츠와 팬츠를 입을 때는 은색 스니커즈 또는 비비드한 하이힐을 매치합니다. 특히 하이힐은 캐주얼한 옷차림을 단번에 섹시한 코드로 바꿔 버릴 만큼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컬러 포인트를 주어 스타일에 생기를 부여한다고나 할까요.

역시 화이트 컬러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때는 바로 해변에서죠. 태닝한 반들거리는 피부와 화이트의 조화는 가장 건강하면서도 시크한 매력을 연출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선 드레스는 물론이고 가볍게 이브닝 웨어로 입을 수 있는 화이트 원피스에 화려한 컬러의 파우치를 들면 세련되고 편안한 이브닝 룩이 완성됩니다. 뱅글(팔지)과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를 더해 주면 도시에 있을 때보다 더욱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화이트 옷을 즐길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죠. 화이트 옷들은 당연히 때가 잘 탑니다. 물론 입고 다니면서 오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입지 않고 오래 보관만 했다가 누렇게 변색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화이트 코디네이션의 기초는 정갈함! 바로 그것이거든요. 깔끔하지 않은 화이트는 패션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저분하다’는 오명만 따를 뿐. 그래서 셔츠는 늘 눈처럼 희고 또 잘 다림질돼 있어야 하고, 면 팬츠는 접혀져 있던 자국이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스팀다리미는 옷을 종이처럼 다리지 않을 수 있어 유용합니다. 굉장히 부지런해야겠죠?

그럼, 그리 부지런하지 않은 제가 늘 화이트를 즐겨 입을 수 있는 비법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그건 바로 베이식한 화이트 셔츠를 이용하는 겁니다. 저는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화이트 셔츠가 꽤 많습니다. 가끔 영화에서 보면 사이코 주인공의 옷장에 같은 화이트 셔츠가 죽 걸려 있는 것처럼 제 옷장 풍경 역시 비슷합니다.

잘 만들어진 화이트 셔츠를 적당한 가격에 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는 즉시 사는 편이라 이렇게 되었지요. 하지만 매일 손질할 수 없고, 또 사시사철 아주 유용하게 입을 수 있어 이렇게 여러 개를 두는 것이 편리합니다.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흰 면 팬츠를 입고 유행하는 액세서리를 추가하면 어디서나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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